불과 50년 전 서양문화가 들어오고 패스트푸드가 우리나라에 알려질 때만 해도 몇몇 미래학자들은 한식은 21세기에는 없어질 음식으로 예언했다. 그 이유로는 맛과 영양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은데, 요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고 설거지하는 데도 품이 많이 들어 기계화되고 자동화되는 미래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예측은 틀렸다. 오히려 지구촌화, 정보화로 한류가 세계 일류 문화의 하나로 알려지고, 더불어 한식도 함께 알려지게 됐다. 기계화, 자동화 시대에 빨리 먹고 일할 수 있는 음식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질을 추구하며 즐겁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자 하는 방향에서 음식이 중요해졌다. 오늘날 음식은 맛과 문화가 중요하지 만드는 시간이나 설거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세계적인 음식이 되는 것은 독특하고 건강한 맛과 문화에 달려 있다.
세계인들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한식, 즉 K푸드의 본질과 뿌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산 농산물의 관점에서, 몇몇 음식학자들은 식이 빈도의 관점에서 정의돼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전자에 따르면 외국산 배추나 고추를 써서 만들면 한식이 될 수 없고, 후자를 따르면 짜장면도 한식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한식의 뿌리와 본질을 이야기하지 않는 정의 논란은 아무 의미가 없다. 지리-음식학 차원에서 이야기하면 한식은 한반도와 같은 독특한 지리적 특성과 요하 문명과 우랄알타이어족으로 대표되는 우리 민족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기름과 설탕을 쓰지 않고 빵이 아닌 밥을 어떻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느냐’에 대한 조상들의 지혜가 쌓여서 나온 세계적으로 독특한 음식이다. 중국처럼 기름이 많은 나라는 요리 온도를 300∼400도로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향이 나고 맛있는 튀김이나 볶음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요리하면 쉽게 상하지도 않는다.
이에 반해 물은 아무리 온도를 올려도 100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음식도 쉽게 상한다. 그래서 맛을 내기 위해 우리만 갖고 있는 양념 문화가 탄생한 것이다. ‘중국은 불맛, 우리 맛은 손맛이다’라는 말은 그래서 탄생했다. 설탕은 1960년대 이전에는 없었다. 설탕으로 맛을 내는 것은 매우 쉽다. 어떤 음식에 넣어도 맛이 없을 수 없다. 우리 조상들은 기름과 설탕 없이 맛을 내려고 힘든 세월을 보냈다. 한식은 오랜 세월 동안 이러한 조상들의 지혜가 쌓이고 묻어난 결과다.
이것이 K푸드의 분별 기준점이다. 과학적으로 보면 설탕과 기름을 쓰지 않고 맛을 낸 음식이니까 건강한 음식이다. 요즘 유행하는 매운맛은 K푸드의 대표 맛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50만 년 전 분화된 우리 고추는 그렇게 맵지 않았다. 우리 고추보다 훨씬 매운 수입 고추로 낸 맛은 우리 맛이 아니다. 기름과 설탕을 쓰지 않으면 맛을 내지 못하는 음식은 진정한 K푸드라고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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