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목영주 씨(41)는 2009년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10km 대회에 함께 나가자는 친구의 권유로 뛰었다. 바로 마라톤에 빠지진 않았다. 주 1, 2회 건강을 위해 달리며 10km 코스에 가끔 출전했다. 그러다 2016년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마라톤 동호회에서 만나 2017년 결혼한 남편 이병도 씨(40) 덕분이었다.
“남편과 사귈 때 남편이 늘 풀코스에 출전해 상위권에 입상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어떤 기분이기에 저렇게 달릴까’ 생각하며 출전했죠. 남편이 페이스메이커를 해줬어요. 첫 도전에 3시간47분대를 달렸어요. 전 몰랐는데 다른 사람들이 잘 달렸다는 겁니다. 그때부터 풀코스 기록 단축을 위해 달렸습니다.”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의 꿈의 무대인 보스턴마라톤 출전을 목표로 삼았다. 보스턴마라톤은 참가 자격 기준이 있다. 30대의 경우 여성은 3시간35분 이내 풀코스 완주 기록이 있어야 했다. 하루 5∼8km, 한 달 평균 100km를 달리던 그는 월평균 200km로 달리는 거리를 두 배로 늘렸다. 주당으로 따지면 50km다. 주 5일 이상 퇴근한 뒤 달렸다. 그는 “그동안 풀코스 완주에 대해 ‘과연 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니 자신이 생겼다”고 했다. 2017년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 출전해 3시간40분에 완주했고, 그해 11월 3시간27분을 기록해 보스턴마라톤 출전 자격을 얻었다. 2019년 남편과 함께 보스턴마라톤에 참가해 개량 한복을 입고 즐기며 4시간59분에 완주했다. 그는 2018년에도 남편과 런던마라톤을 달렸다. 남편이 지난해 베를린마라톤을 달릴 땐 따라가서 응원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없어져 다소 주춤했다. 2019년 가입한 ‘더뉴런(The New Run)’이란 동호회에서 달렸고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도 시작했다. 대회는 없었지만 도로와 산을 달리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코로나19가 다소 잠잠해지고 대회가 다시 열리기 시작하면서 개인 최고 기록 경신에 도전했다. 그리고 지난해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14분56초를 기록했다. 그는 “월 400∼500km를 달렸다. 주당 100km를 넘게 달려야 해 힘들었지만 개인 최고 기록이란 결과물을 얻어 너무 좋았다”고 했다.
“지금은 다시 월 200km로 줄였어요. 약 10년 전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 무릎 인대를 다쳤는데 무리하니 통증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이젠 즐겁게 달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목 씨는 사람들과 어울려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남편과 함께 달리기도 하지만 동호회를 찾아 달렸다. 더뉴런은 주로 경기 성남탄천운동장에서 모여 주 2회 달린다. 그는 “트랙을 달리면 바른 자세로 꾸준하게 달릴 수 있다”고 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서울 시내를 달리는 ‘7979 서울러닝크루’에도 참여하고 있다.
남편과는 주로 지방 대회에 함께 참가하고 있다. 지방 대회는 축제를 겸하는 경우가 많아 볼거리와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지난달 충북 제천에서 열린 트레일러닝 대회에서도 함께 달렸다. 그는 “여름엔 더워서 주로 산을 달리고 있다”고 했다.
20세부터 달리기 시작한 남편은 마스터스마라톤계에선 잘 알려진 건각이다. 2017년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남자 풀코스 3위(2시간32분12초)와 경주국제마라톤 남자 풀코스 4위(2시간38분16초)를 차지해 그해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남자 30대 우수 선수로 뽑혔다. 남편은 올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28분22초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4위를 기록해 이 대회 3회 연속 입상했다.
목 씨도 1일 열린 GTNS 트레일러닝 5.5km에서 1위, 8일 열린 철원dmz마라톤 5km에서 3위를 하는 등 각종 단축마라톤에서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최근엔 풀코스보다는 단축마라톤에 참가하고 있다. 부상 방지 차원도 있지만 빨리 달린 뒤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5월 열린 바다의 날 마라톤 10km에서는 남편과 함께 동반 우승했다. 목 씨는 “이제 대회에 출전하면 많은 사람이 알아본다. 남편과 함께 달리며 건강과 사랑을 동시에 쌓고 있어 행복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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