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 지각, 원인별 맞춤 처방 필요합니다[김지용의 마음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2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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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째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의 질환은 단연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일 것이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한 ‘잦은 분실’ 등 ADHD에서 흔한 특징들이 널리 알려지며 스스로 진단을 의심하는 이들이 병원에 많이 찾아온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잦은 지각’인데, ADHD의 진단 기준에 직접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지만 임상적으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다른 질병을 치료하던 환자분들 중에서도 반복적으로 늦는 이들은 추후 ADHD를 추가 진단하게 되는 경우가 꽤 있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각을 자주 한다고 반드시 ADHD인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잦은 지각을 만들어 내는 다른 심리적 원인도 여럿 있는데, 이에 대한 감별 포인트는 이렇다. 특정 상황에서만 지각 행동이 나타난다면 단순 지각일 가능성이 높고, ADHD의 경우에는 일상의 다양한 부분에서 일관되게 지각이 나타난다. ADHD와 지각에 대한 설명을 담은 이 첨부 영상에도 ‘그런 사람들 회사에는 절대 지각 안 한다. 상대방을 소중하게 안 여겨서 늦는 것이다’라는 댓글들이 있는데, ‘자랑은 아니지만 회사에도 계속 늦어 평판을 스스로 까먹는다’라는 안타까운 증언들이 그 밑에 달려 있다. 또한 ADHD의 경우 지각 외 일상 생활 및 업무 처리 등에 있어서도 문제가 자주 터진다는 점에서 단순 지각과 다르다.

또한 같은 ADHD 진단을 받은 사람들도 지각에 이르는 과정은 제각각 다를 수 있다. 일단 정확히 아는 것이 고치는 과정의 첫 단계이기 때문에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첫째로는 ‘주의 산만’으로 인해 중요한 일정을 아예 깜빡하거나 출발 시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준비를 잘하다가도 갑자기 울리는 휴대전화 메시지나 주변 사람의 말에 주의를 빼앗겨 시간을 놓친다. 이미 집 밖에 나와 한참 걷다가 두고 온 휴대전화나 중요한 물건이 기억나 다시 돌아가는 바람에 지각하는 경우도 잦다. 다음으로는 ‘계획 능력과 조직화 능력의 부족’이다. 도착지까지의 버스나 지하철 이동 시간만 생각하고 대중교통의 대기 시간이나 엘리베이터 이동 시간 등은 고려하지 않는 경우도 잦다. 마지막으로는 충동성을 꼽을 수 있다. 외출 준비를 하며 양치질을 하는데 눈에 들어온 빨래더미를 갑자기 정리하게 되거나, 나중에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봐도 될 콘텐츠를 끊어내지 못하고 다음 편까지 클릭해 버리게 된다.

지각은 분명 약속 상대방에게 무례한, 고쳐야 할 행동이다. 또한 반복되는 지각만큼 쌓여가는 비난과 자책 속에 자존감마저 저하된다. ‘나는 약속 시간 하나 못 맞추는 사람이구나’라고. 분명 주변 사람들의 질책과 스스로의 자책도 변화를 위해서 필요하지만, 과도한 자책과 의지만 앞세우는 시도는 도움되지 않는다. 지각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나만의 요인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찾아내야, 그리고 그에 대한 맞춤 처방을 준비해야만 이 문제가 풀린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다.

※김 원장의 ‘프로지각러 정신과의사의 지각설명회’ 동영상은 dongA.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6월 30일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23만3000명이다. 에세이 ‘어쩌다 정신과 의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프로지각러 정신과의사의 지각설명회’(https://www.youtube.com/watch?v=a82kNxSh0Hk)

#습관적 지각#ADHD#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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