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친근한 표현으로 날씨 알려준 ‘1호 기상캐스터’

‘대한민국 최초의 기상캐스터’로 알려진 김동완 전 기상청 기상통보관(1935∼2024·사진)은 “내일의 날씨 김동완입니다”라는 단골 멘트로 유명합니다. 고인은 생전에 ‘삶이 곧 한국 기상예보의 역사’로 불릴 만큼 일기예보 방송의 토대를 일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경북 김천시에서 태어나 대구공고를 졸업한 김 전 통보관은 서울대 사범대 원서를 내러 가는 길에 우연히 국립중앙관상대 기상기술원 양성생 모집 공고를 보면서 삶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15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양성소를 수료한 후 1959년부터 국립중앙관상대에서 예보관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김포국제공항과 부산 수영비행장 근무를 거쳐 서울에서 관상대 예보관으로 근무했습니다. 1967년부터는 라디오 방송에서 날씨를 전했는데 한때 “퇴근 후에도 예보가 적중할지 궁금하고 불안해 한밤중 몰래 집을 나와 매일 1시간쯤 하늘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일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습니다.

당시에는 기상통보관이라는 직책이 없었는데 방송국에서 그를 ‘통보관’이라고 부르면서 처음 기상통보관이라는 직책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는 방송국 스튜디오에 날씨를 전문적으로 전달하는 코너를 만드는 등 당시로선 혁신적인 시도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특히 그만의 독특한 비유와 구수한 입담, 친근한 해설로 듣는 사람의 관심을 이끌었습니다. ‘여우가 시집가는 날’ ‘파리가 조는 듯한 더위’ 같은 표현은 지금까지도 고인 특유의 표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70년대에는 지상파 방송에서 활동하면서 딱딱하고 재미없게 인식되던 날씨 정보를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당시 매직펜으로 일기도를 직접 그려가며 날씨를 설명하던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돼 있습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세계 기상의 날’에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습니다.

장마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 기상청의 오보 논란이 이슈가 되기도 합니다. 기후위기 등으로 날씨가 워낙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한반도의 경우 땅이 좁고 지형이 복잡해 정밀한 일기예보가 힘든 측면도 있다고 합니다. 15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난 김 전 통보관의 열정과 헌신을 돌아보며 기상예보의 중요성과 그 발전 과정을 다시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