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가 삼고초려 끝에 백면서생인 제갈량을 스카우트하는 데 성공하고 그에게 군사 지휘를 맡기자 관우와 장비는 분노한다. 이 이야기는 소설의 설정이긴 하지만 정말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과연 제갈량을 인정할 사람이 있을까? 실제 현실에서 제갈량은 문무를 겸비한 리더가 꿈이었고, 군사 지휘에도 욕심을 냈지만, 소설과 달리 유비가 만류했다.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의 명감독이었던 토니 라루사는 변호사 출신으로 메이저리그를 제패했다는 사실로 유명해졌지만 실은 그도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이었다. 보잘것없는 성적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한 뒤에 변호사가 되었던 것이다. 스포츠든 전쟁이든 격렬한 승부의 세계, 그것도 최정상급 승부에 제갈량처럼 전혀 실전 경험이 없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면 장수는 반발하고 병사와 국민은 불안해질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살던 시절에 이런 일이 실제로 발생했다. 아테네는 시민투표로 사령관을 선출했는데, 니키마키데스라는 역전의 장수가 안티스테네스라는 부자이자 수완 있는 경영자로 유명한 인물에게 지고 말았다. 금권선거가 만연하던 시절이라 안티스테네스의 재력이 위력을 발휘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분개하던 니키마키데스가 소크라테스를 만났다. 아테네의 양심이자 지혜인 소크라테스는 어이없게 안티스테네스가 훌륭한 지휘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의 지론은 이렇다. 능력 있는 인재를 찾아내 적재적소에 등용하고, 국가를 위해 자신의 노력과 재산을 공여하고, 상벌을 공정하게 하고, 부하들의 인망을 얻는 것은 리더의 공통된 미덕이자 의무이다.
현대의 군대는 고대 그리스의 군대와 다르다. 아무리 소크라테스의 말이라도 민간인이 군사령관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고대 아테네에서 사령관이 된다는 건, 곧 정치지도자로 등극한다는 의미였다. 소크라테스의 시대에 아테네는 추락하고 있었다. 그의 진의는 몰락하는 사회를 구할 리더상에 있었다. 너무 뻔한 미덕 같다고? 세상을 둘러보라. 이런 리더가 어디에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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