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중심으로 배달 앱으로 주문할 때의 가격이 매장 판매 가격보다 비싼 ‘이중 가격제’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주문·결제 과정에서 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곳이 다수다. 소비자들은 무료 배달인 줄 알고 주문했지만 실제론 배달비를 낸 것과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 업체와 음식점주들은 배달 비용 부담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침해하는 기만적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배달 앱에서 버거 프랜차이즈를 검색하면 배달 메뉴 가격이 매장보다 비싸다는 공지를 찾기 어렵다. 알린다고 해도 버거킹처럼 ‘매장 가격과 상이할 수 있다’고 작은 글씨로 표시한 정도에 그친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가 아니면 알아차리기 힘들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서울 시내 34개 음식점을 조사해 보니 20개 음식점이 이중 가격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중 65%인 13곳은 가격이 다르다는 점을 고지하지 않았다. 배달 메뉴 가격이 올라가면서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시킬 경우 정액 배달비를 낼 때보다 소비자 부담이 훨씬 커지는 것도 문제다.
이중가격제가 확산하는 데는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올린 배달 플랫폼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올해 들어 배달 플랫폼들은 소비자를 위한다며 ‘무료배달’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했지만, 실제론 점주들에게 받는 중개 수수료율을 44%나 올려 부담을 떠넘겼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점주들이 배달 앱 주문으로 100만 원을 벌면 이 중 24만 원은 중개·결제 수수료, 배달료, 광고비 등의 명목으로 플랫폼이 가져간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가 배달 플랫폼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나서는 등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배달 서비스가 일상화된 현실에서 배달비는 소비자를 포함해 결국 누군가는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문제는 누가 얼마나 내야 할지, 적정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투명한 논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7월부터 배달 앱 사업자와 자영업자 단체로 구성된 대화 기구가 운영되고 있지만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자율규제를 내세워 뒷짐만 지지 말고 합리적인 의견 수렴과 중재를 통해 적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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