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를 상정했다. 검사가 증거 해석이나 법률 적용 등을 왜곡하면 10년 이하의 징역형과 자격정지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편파적인 수사와 기소를 자행하고 있다”며 이런 행위는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 입맛대로 검사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라고 반박했다.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청문회를 다음 달 2일 개최하는 내용의 조사계획서도 이날 법사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채택됐다. 박 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9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조사했다. 민주당은 박 검사 외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을 수사한 검사 3명에 대한 탄핵도 추진하고 있다. 또 민주당에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검찰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파상공세를 펼치는 형국이다.
이는 검찰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한 뒤 벌어진 일들이다. 30일에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검찰의 구형도 예정돼 있다. 이런 시점에 민주당이 검찰을 견제하는 법안과 검사 탄핵안을 일제히 밀어붙인 것은 그 내용이 타당한지를 떠나 누가 봐도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의석수를 앞세워 이 대표를 수사하고 기소한 검찰에 보복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는 사법부에 대한 메시지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11월 15일 이 대표 공직선거법 1심 선고를 앞둔 법원은 검찰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를 지켜보며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앞서 6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유죄 판결을 받자 민주당 의원들이 “편파적 판결”이라며 재판부를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당 지도부는 ‘판사 선출제’ 도입을 언급하며 법원을 압박한 전례도 있다. 수사와 재판에 문제가 있다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응하면 될 일이다. 이런 식으로 검찰과 법원을 흔드는 것은 거대 야당의 입법권 남용으로 비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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