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이치 수사 개시 때 40번 연락… 10여 년 전 연락 끊었다더니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4일 23시 24분


체코를 공식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 2024.09.19. 뉴시스
체코를 공식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 2024.09.19. 뉴시스
김건희 여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종호 씨가 2020년 9, 10월 40차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기록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한다. 이 씨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의 중심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로비 의혹을 부인하면서 “(2012년) 김 여사가 결혼한 뒤로는 연락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적어도 4년 전까지는 김 여사와 연락을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김 여사와 이 씨는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 고발인의 검찰 출석 일정이 알려진 2020년 9월 23일을 시작으로 일주일간 36차례 전화와 문자로 소통했다. 10월 5일부터 20일 사이에도 4차례 더 연락했다. 이 중에는 실제로 통화가 이뤄졌는지 불분명한 경우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 씨는 ‘통화한 당사자는 김 여사 회사의 직원이었기 때문에 김 여사 번호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직원이 회사 대표의 전화로 통화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김 여사의 도이치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 이 씨는 주가조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고, 김 여사 계좌 3개가 시세조종에 이용됐다. 수사의 관건은 김 여사가 전주(錢主) 역할을 넘어 주가조작을 알고 도왔는지 여부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는 시점에 두 사람이 집중적으로 연락했다는 점에서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수사에 대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법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인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씨가 지난해 8월 “내가 VIP에게 얘기할 테니까 (임 전 사단장) 사표 내지 마라(고 했다)”는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불거진 의혹이다. 이 씨는 “VIP는 김 여사를 뜻한 것”이라면서도 허풍이었을 뿐 김 여사의 연락처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2020년에 김 여사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면 연락처도 모른다는 이 씨의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 나온 통화 기록만으론 의혹들의 진상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검찰과 공수처가 추가 수사를 통해 두 사람이 언제까지 무슨 내용으로 통화했는지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김건희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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