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MZ세대 젊은이들은 한일 관계의 미래상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일 미래세대 포럼은 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였다. 한일친선협회 중앙회(회장 김태환)가 주최한 이 행사에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전국 대학의 한일 대학생 24명 등 100여 명이 참여해 발표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발표자들은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보상 등의 과거사 문제로 지난 10여 년 동안 지속돼온 한일 대립과 정치적 외교적 마찰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이수연 씨(서울대 대학원)는 “한일 미래의 전제는 ‘잃어버린 10년(2012∼2022년)’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야시 지카 씨(고려대 대학원)는 그동안 한일 관계의 얽힌 매듭을 풀지 못했던 양국 정치권의 무책임과 무대응을 비판하면서 “정치에서 자유로운 곳에서 공존을 모색하기 위한 대화의 기회를 적극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했다.
양국 젊은이들은 새 시대 한일 관계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방법들도 제시했다. 한일 축구 월드컵이 공동 개최됐던 2002년 태어났다는 요코미조 히지리 씨(이화여대)는 “양국 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몇 배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며 “음식, 음악,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한일 공유의 문화를 통해 구축한 양국 관계로 정치적인 어려움도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 생산과 소비의 중심인 젊은 세대가 상호 문화 교류 확산에 앞장서 나아가자는 제안으로, 한일의 정치권이 귀 기울일 만하다.
지금의 한일 관계는 MZ세대들이 그리는 한일 미래상을 살려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 관계의 걸림돌이었던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 보상을 한국이 대신 해주는 ‘제3자 변제’ 방식을 결단해 일본과의 대화 재개를 끌어냈다. 그러나 일본은 기금 고갈 위기에 처해 있는 피해자지원재단 기금 조성에 동참을 꺼리고 있다. “다음 정권이 되면 또 바뀌지 않을까” 의심하면서 자국 기업들의 기금 참여를 막는 몽니를 부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의 ‘친일 프레임’이 무서워 기금 참여를 꺼리고 있다.
한일 정치권의 이 같은 상호 불신은 열두 차례나 열린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무색하게 할 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선제적 대일 외교가 빈손 외교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기시다 총리가 마지막 방한에서 생색을 낸 한국인의 일본 입국 절차 간소화는 정작 모든 방문객의 지문 날인과 인물사진 촬영 등 입국 수속 지체의 원인인 개인정보 무단 채취는 그대로 둔 채 붐비는 일본 공항의 입국 업무를 한국 공항과 나눠 갖겠다는 일본의 행정편의 시도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일본은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를 거쳐 내달 초에 새 총리를 선출하게 된다. 한국은 2025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일본 새 총리의 방한을 요청하고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기금 동참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1983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는 취임 후 첫 방문국으로 한국에 와서 당시 양국 간 최대 현안이던 40억 달러 경제협력을 약속하여 한일 관계 정상화에 기여했다. 한일 정부가 다시 한번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MZ세대들이 그리는 한일의 미래상 실현에 희망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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