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다른 나라의 일자리와 공장을 미국으로 빼앗아 오겠다”며 콕 찍어 한국을 겨냥했다. 그는 24일 미국 조지아주에서 가진 유세에서 “중국에서 펜실베이니아로, 한국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독일에서 조지아로 대규모 제조업 엑소더스(대이동)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 3개 주는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로, 노동자들의 표심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후보가 표방한 ‘신(新)산업주의’는 관세를 높여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직접 투자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 등 동맹국에도 예외는 없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맺은 멕시코에도 “국경을 넘어오는 모든 자동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 역시 통상 압박의 강도가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트럼프 후보의 기존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투자 약정액은 215억 달러(약 28조6000억 원)에 이른다. 미국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나라가 한국이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로 창출된 미국 일자리 7만4500개 중 17%를 한국 기업이 만들어 일자리 기여도 1위에 올랐다. 정작 국내에선 기업들의 대규모 해외 진출로 제조업 공동화와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인데, 미국에선 ‘일자리 약탈’의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당선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기 어렵다. 치열한 대선 경쟁 속에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양당의 공약이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해리스 후보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반대하면서 표심 앞에선 미국의 최우선 동맹국도 후순위로 밀릴 수 있음을 보여 줬다.
갈수록 독해지는 미국 우선주의는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나온 과장된 정치적 수사로만 볼 수 없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국의 투자가 미국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한 점 등을 강조해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대응해야 한다. 미국이 제시하는 보조금, 세액공제 등의 인센티브가 바뀔 경우엔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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