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정부 전망치보다 30조 원가량 덜 걷힐 것이라고 기획재정부가 어제 발표했다. 올해 세수가 367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예산을 짰는데, 세수 추계를 다시 해보니 29조6000억 원 부족한 337조 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를 공식화한 것이다. 정부의 세수 예측이 또다시 수십조 원 규모로 빗나가면서 나라살림을 주먹구구로 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세수 펑크는 경기 침체와 반도체 업황 둔화 등의 여파로 법인세가 잘 걷히지 않는 데다 부동산 거래 부진으로 양도소득세 등 자산 세수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당초 예산보다 덜 걷히는 법인세만 14조5000억 원으로 전체 세수 결손의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기업 실적 부진이나 자산시장 위축 등이 예견됐던 일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장밋빛 경제 전망을 고집하며 세수 추계의 기본인 경기 예측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년 연속 세수 펑크에도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이 없다는 방침만 되풀이할 뿐 세수 구멍을 메울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환율 안정을 위해 쌓아둔 외국환평형기금을 끌어다 쓴 것처럼 결국 기금 돌려막기를 하거나 계획된 지출을 줄이는 ‘예산 불용’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 정부가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는커녕 계획된 예산 집행도 제대로 못 하면서 내수 부진을 더 부채질할까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대규모 세수 추계 실패가 거의 연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의 세수 예측은 2021년 이후 4년째 수십조 원대 오차를 내며 실제 세수와 어긋나고 있다. 올해 세수 오차율은 8%를 넘을 거라고 하는데, 2000년 이후 오차율이 평균 4%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세수 예측에 실패한 셈이다. 일반 가정도 예상 수입을 꼼꼼히 따져가며 지출 계획을 세우는데, 엉터리 세수 전망을 반복하는 기재부에 나라살림을 맡겨도 되나 싶다.
예산의 기본인 세수 추계가 잘못되면 나라 가계부를 짜임새 있게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대규모 세수 펑크로 재정 기반이 흔들리면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한 재정 대응 능력도 떨어진다. 이에 따라 내수가 더 위축되고 연쇄적으로 세금이 덜 걷히는 악순환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세수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 손질이 시급한 이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