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 체육계 문제점 이슈… ‘학교 파벌’ 등 적극적 보도 필요
건국절 등 정부-광복회 갈등 보도… 논쟁의 배경 충분한 설명 아쉬워
노인 돌봄 기획 시의성 있고 유익… 재원 어떻게 조달할지도 다뤄야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응급실 파행 등 의료 공백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티메프 사태’ 이후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 선수단이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냈다.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놓고 대통령실과 광복회 간 갈등이 고조됐다. 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은 23일 이런 현안에 대한 보도를 놓고 토론했다.》
이준웅 위원=8월 29일자 A1면 〈추석 의료대란 위기에도 尹-韓, 해법 없이 갈등만〉 기사는 정부 여당은 물론 의료계 원로, 의사단체 등 각계 의견을 들어 문제점을 잘 지적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 각자의 주장과 비판만 난무하는 상황에서 구체적 절충안을 제시해 합의를 형성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입니다.
최은봉 위원=8월 15일자, 19일자, 23일자에 게재된 ‘의료공백 6개월’ 3회 시리즈는 각각 필수, 응급, 지역의료의 현재 모습을 잘 보여줬습니다. 애초 의료개혁의 과제로 제시된 세 가지 분야를 체계적으로 점검한 문제의식이 좋았습니다. 9월 4일자 A1면 〈“119 이송, 절반밖에 못 받아 중증외상 환자는 수용 불가”〉기사에 달린 〈‘폭탄 돌리기’ 응급 의료〉라는 시리즈 제목이 적절했습니다.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체계 붕괴 우려를 잘 보여준 시리즈였습니다. 이런 이슈를 미리 다뤘기 때문에 추석 연휴 때 응급 의료 문제가 덜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정 갈등 출구전략 차원에서 9월 13일자부터 게재된 〈원로에게 해법을 묻다〉 시리즈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임태환 전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과 신영수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2000명 증원을 불쑥 꺼낸 정부나 증원 백지화를 외치는 의사들 모두 잘못이 있다며 균형감 있는 시각을 보여줬습니다.
이은경 위원=9월 11일자 A1면 〈당정 “2025학년 의대증원 논의 못할 건 없어”〉 기사는 제목이 논란을 키웠습니다. 대통령실이 2025학년도 정원은 조정 불가라고 밝힌 상황에서 당정이 마치 정원을 감축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준 것은 적절치 않았습니다. 9월 14일자 4면 〈추석전 협의체 출범 불발…8개 의료단체 “정부 태도 변화 있어야”〉는 정부와 의료단체들 간 의견 조율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이 기사에 2025학년도 증원 백지화만 외치며 꿈쩍하지 않는 의사들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대화를 촉구하는 여론을 더 담았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사태의 원만한 해결 여부는 의사들에게 달려 있는 만큼 이제 환자 곁으로 돌아오라는 논지를 세워 나가야 합니다. 9월 19일자 A4면 〈양수 터진 임신부, 병원 75곳서 거부…정부 “큰 혼란은 없었다”〉 기사 제목은 실제보다 혼란이 강조된 것 같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에 많은 병원이 문을 연 데다 응급실 이용을 자제한 시민의식 덕분에 응급실 대란은 빚어지지 않았습니다. 시민과 의사를 격려하고 뭔가 해결해 가는 쪽으로 보도 방향을 잡으면 좋겠습니다.
김종빈 위원장=7월 22일자 A1면 〈金여사 비공개 조사…‘패싱’당한 檢총장 반발〉 제목 표현은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반발’은 힘센 사람한테 거스르는 것이지 힘 약한 사람한테 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 속뜻은 장관과 대통령에게 반발한다는 의미겠지만 ‘패싱’은 서울중앙지검이 한 것이기 때문에 표현이 적절치 않습니다. 검찰총장은 중앙지검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9월 2일자 A5면 〈‘이상직 배임’ 고발 4년만에, ‘文 억대 뇌물 의혹’ 수사로 번져〉 기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가족에 대한 수사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했는데, 가급적 법정에서 공개된 사실 위주로 보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혹을 수사하는 단계에서 지나치게 확정적인 보도는 개인의 명예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준웅 위원=8월 12일자 A1면 〈이커머스 플랫폼 10곳중 4곳 ‘완전자본잠식’〉 기사는 전문가들을 발빠르게 섭외해 전체 이커머스 업계를 조망한 분석적인 기사였습니다. 개별 사건을 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전문가를 활용해 자료를 분석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보도 방식이고 독자에게 종합적인 시각을 갖게 합니다. 다만 회계자료만 보고 업계를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실질적인 위기인지, 업계 특성상 재무제표상 이익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이 아닌지 등 한 발 더 나아간 내용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최 위원=7월 30일자 A1면 〈17세 최연소 국대, 한국 100번째 金 쐈다〉(사진) 기사와 함께 나온 한국이 여름올림픽에서 딴 금메달 100개의 주인공 사진은 압도적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1976년 양정모 선수부터 올해까지 48년의 시간적 궤적을 보여줘 좋았습니다. 7월 31일자 A3면 〈선발방식 확 바꾼 ‘총’, 국제경험 넓힌 ‘칼’, 훈련만 집중한 ‘활’〉 기사는 사격 펜싱 양궁 선수들이 각각 어떻게 강해졌는지 포인트를 잘 잡아 눈길을 끈 기사였습니다. 8월 12일자 A27면 한덕현 중앙대 정신의학과 교수 인터뷰도 국가대표팀의 마음을 돌본 의사가 ‘훈련량과 정신력’의 중층적 관계를 잘 설명해 흥미로웠습니다.
이준웅 위원=8월 7일자 2면 〈안세영 “선수보호 문제 얘기하고 싶었다” 문체부 “경위 파악 예정”〉 기사는 선수촌에서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안 선수가 요구한 게 무엇인지, 다 들어줄 수 없는 배드민턴협회 사정까지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궁금증이 있을 때 관계자 이야기를 듣는 건 당연하지만 정보의 쏠림은 경계해야 합니다. 8월 12일자 A1면 〈144명 초긍정 팀코리아, 메달보다 빛났다〉는 대표팀의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잘 표현한 센스 있는 제목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우리 사회에서는 문제점을 들춰낸 사람이 오히려 문제아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 선수가 오죽 마음에 맺힌 게 많았으면 금메달 따자마자 세상에 알리고자 했을까를 이해해야 하는데 되레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어 안타까웠습니다. 8월 26일자 A27면 강준호 서울대 사범대 학장 인터뷰는 ‘체육계 내부의 정치화’를 잘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 ‘학교 파벌’ 문제도 크다고 생각됩니다. 동아일보가 체육계 문제점에 대해 적극적인 취재를 해주기 바랍니다.
이은경 위원=8월 14일자 A4면 〈尹 “건국절 논쟁 무슨 의미 있겠나” 이종찬 “김형석 사퇴하면 해결”〉 기사 제목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건국절 제정 계획이 없다고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밝혔어도 이종찬 광복회장이 건국절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는 측면이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또 광복절 경축식을 정부와 광복회가 따로 연 것을 놓고 ‘쪼개진 광복절’ 등으로 표현한 것은 마음에 걸립니다. 광복회 별도 행사를 정부 행사와 비견할 정도로 다룰 게 아니라 ‘광복회가 정부 행사에 불참’했다고 봐야 합니다. 야당의 ‘친일몰이’ 관련해서 8월 24일자 4면 〈대통령실 “日오염수 1년, 野 여전히 괴담선동” 민주 “무슨 근거로 괴담-거짓 선동 매도하나〉는 양측 주장만 요약한 기사였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나 전문가 취재를 통해 누구 주장이 맞는 건지 객관적인 상황을 짚어줬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김 위원장=정부와 광복회가 각자 주장하는 바를 보도했지만 독자들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뉴라이트가 어떤 사조인지, 김 관장이 뉴라이트가 맞는지, 건국절 논쟁은 무엇인지 등을 충분히 다뤘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또 국제적으로 한일합병 조약이 무효라고 하는 학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은 뭐라고 해야 하는지 독자는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준웅 위원=7월 24일과 25일자에 나온 〈집에서 죽을 수 있는 사회로〉 시리즈는 최근 의료 공백 문제뿐 아니라 돌봄 문제도 의료 체계의 중요한 부분임을 일깨웠습니다.
최 위원=삶의 질과 죽음을 연속선상에서 보는 시의성 있는 기획이었습니다. 첫 회에 나온 네덜란드의 통합돌봄 체계를 부천시 등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과연 잘되고 있는지 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은경 위원=주로 병원에서 삶을 마감하게 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호스피스가 필요합니다.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간병하는 호스피스의 제도화에 대해서는 논의가 거의 없는데, 가정용 호스피스 활성화에 대한 후속 기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 위원장=일상에서 삶을 마무리하려면 노인 개개인의 능력과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맞춤형 돌봄이 필수적입니다. 다만 이를 시행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합니다. 기사에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함께 다뤘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독자위원회 참석자〉
● 위원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
● 위원
이은경 법무법인 산지 대표 변호사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최은봉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정원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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