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10월 7∼25일 진행된다. 800개에 가까운 정부 부처 및 산하 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 투자기관 등이 대상이다. 산술적으로 국회의 17개 상임위는 3주 동안 하루 평균 3.3개 정도 기관의 감사를 해야 한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국감에선 피감기관장 791명 가운데 164명은 질문을 1개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올해도 “현안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민간 기업인들이 무더기로 소환됐다. 산자위는 쿠팡 현대차 영풍그룹 고려아연 경영진을, 과방위에선 KT 삼성물산 구글코리아 경영진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사들은 참고인으로 소환됐다. 환경노동위 등 증인을 확정 짓지 못한 상임위가 절차를 마치면 기업인 증인은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과거 국감에선 몇몇을 제외하면 기업인 한 사람이 받는 질문은 1, 2개 정도에 그친 사례가 허다했다. 밤늦게까지 대기했음에도 발언할 기회조차 안 주어진 경우도 있었다.
의원들이 기업인을 상대로 호통치거나 반대로 출석했는지 관심조차 없는 일이 빈번하다 보니 망신 주기나 병풍 세우기 국감이란 비판도 많았다. 수행 임원들까지 감안할 때 기업인 수백 명이 국감장 앞 복도를 메웠다는 이야기다. 이런 식의 종일 대기는 기업인뿐만 아니라 정부부처, 지자체, 정부투자기관 인사라고 예외가 아니다. 무더기 자료 요청도 고질적 병폐다. 피감기관 길들이기를 하듯 몇 박스 분량의 자료를 요청해 애먹인 뒤 정작 국감에선 자료를 검토하지도 않고 엉뚱한 질의를 하는 의원도 있다.
기업인 증인 채택은 국회의원 지역구 민원과 관련된 경우도 많다고 한다. 국회도 이런 문제를 잘 알면서도 국감 역사 30년이 넘도록 누구도 나서서 바꾸지 않고 있다. 증인을 누가 신청했는지를 기록에 남기자는 증인 채택 실명제는 말만 무성할 뿐이다. 이번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꼭 필요한 증인을 상대로 깊이 있는 질의와 답변을 주고받는 모습부터 보이길 바란다. 첫 국감에서 22대 의원들의 옥석이 가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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