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누적 차량 생산 1억 대를 달성했다. 1968년 미국 포드 차량 조립을 시작으로 자동차 생산에 발을 내디딘 지 56년 만이다. 현대차에 앞서 1억 대를 생산한 업체는 미국의 GM과 포드, 일본의 도요타 닛산 혼다, 독일 폭스바겐 등 6곳뿐이다. 모두 100년 안팎의 역사를 자랑하는 업체들로, ‘1억 대 클럽’에 가입하기까지 60∼70년씩 걸렸는데 현대차가 최단기간 입성에 성공했다.
▷1억 대라고 하면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현대차에서 가장 많이 생산한 베스트셀링카 아반떼(전장 4710mm) 기준으로 한 줄로 늘어세우면 지구 둘레를 약 11.8바퀴 돌 수 있다. 엄청난 성과지만 출발은 소박했다. 1968년 11월 울산공장에서 1호 차량인 1600cc급 준중형 세단 ‘코티나’를 만들기 시작해 그해 533대를 생산했다. 기술이랄 것도 없었다. 부품 국산화율은 21%에 불과했고, 사실상 볼트와 너트를 끼워 맞추는 수준이었다.
▷현대차는 조립 생산에 만족하지 않고 1975년 첫 독자 모델인 ‘포니’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포니는 이듬해 한국 승용차 최초로 에콰도르 등 해외에 수출을 시작했다. 1986년엔 ‘포니 엑셀’로 자동차 본고장인 미국 땅을 밟았다. 1991년 국내 첫 독자 엔진인 ‘알파엔진’ 개발에 성공했고, 1994년엔 플랫폼 엔진 변속기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엑센트’를 선보였다. 1996년 글로벌 1000만 대 생산을 달성했고, 이후 2013년 5000만 대, 2019년 8000만 대, 2022년 9000만 대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현대차는 판매 대수 기준 세계 3위의 빅메이커로 우뚝 섰다. 스승들은 진작에 뛰어넘었다. 현대차에 처음 조립을 맡겼던 포드를 2010년 글로벌 생산량에서 제쳤고, 엔진과 변속기를 얻어 썼던 일본 미쓰비시는 아득히 넘어섰다. 경쟁사들이 주춤할 때 멈추지 않았다. 코로나19 당시 GM과 포드는 공장 가동을 멈췄지만 현대차는 생산을 유지해 점유율을 높였다. 도요타와 폭스바겐이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생산에 발목이 묶여 있을 때 현대차는 미국, 인도 등 신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현대차 2억 대 시대로의 출발을 알린 1억1번째 생산 차량은 전기차 ‘아이오닉 5’였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상징한다. 미래차 시장에서 승리하려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돌파하고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의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 최근 중국은 댓글부대를 동원해 “흉기차(현대차·기아를 비하하는 표현) 누가 타냐”는 식의 악성 인지전까지 펼치고 있다. 승리의 필살기는 여전히 품질과 신뢰다. 56년 전 첫 차를 만들던 마음 그대로 열정과 도전정신도 날카롭게 벼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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