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는 세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아파트가 속출하는 반면 지방은 다 지어진 뒤에도 오랫동안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이 넘쳐나며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6만7500채)의 80% 이상이 지방에 몰려 있다. 특히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6400채로 13개월 연속 늘어 3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다. 수도권의 악성 미분양은 줄었지만 지방은 계속해서 쌓여 미분양의 무덤이 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지방에선 신규 아파트 청약 경쟁률도 한 자릿수에 그치거나 미달되고 있다.
이와 달리 서울은 수억 원대 시세차익을 노린 ‘로또 청약’ 열풍이 뜨겁다.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667 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올해 강남권 공급 단지 중 가장 높았다. 앞서 1∼8월 서울의 1순위 청약 경쟁률도 평균 140 대 1을 웃돌며 3년 만에 세 자릿수를 보였다.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들썩이는 가운데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해진 영향이다.
서울 집값은 상승세가 수그러들긴 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12% 상승해 27주째 올랐다. 이달 들어 대출 한도를 조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은 하루 3000억 원씩 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 집값을 안정화시키려는 대출 규제가 가뜩이나 침체된 지방 부동산 시장에 더 큰 타격을 입히면서 지역 경기까지 위축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서울과 지방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5배 넘게 벌어진 상태다. 고사 직전인 지방 부동산 시장을 방치한다면 자산 양극화와 계층 양극화가 심해지고 지역 불균형이 심화돼 사회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 더군다나 미국을 비롯해 주요국은 경기 침체에 대응해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이는데 한국만 서울 집값 때문에 전 국민이 고금리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희망고문에 그치지 않도록 수도권 주택 공급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한편 지방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핀셋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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