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위원장 이배용)는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교육정책을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수시로 바뀌는 경우가 많아 학교 현장에 혼란을 주므로 초정권적인 기구를 만들어 10년 단위로 중장기적인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세워 시행하자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국가교육위원회법이 통과됐고, 현 정부 첫해인 2022년 9월 위원회가 정식 출범했다.
출범 2년 되도록 중장기 계획 발표 못 해
하지만 출범 2주년을 맞아 국교위가 최근 대토론회에서 발표한 12가지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주요 방향’에 대해 비판 여론이 높다. 양질의 영유아 교육, 세심한 교육복지, 존경받는 스승을 지원하는 교원정책, 세계를 선도하는 고등교육 실현 등 추상적인 미사여구만 나열했을 뿐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담겨 있지 않아서다. 대토론회에서는 “12개 방향은 아쉽게도 오래전부터 들어 익숙한 옛날 팝송 같다.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5년 단위의 실행계획과 구별이 쉽지 않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사실 국교위 위원 구성 방식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힘들도록 설계돼 있다. 국교위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위원 5명, 국회 추천 9명을 포함해 모두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장관급, 상임위원 2명은 차관급이다. 위원들 면면을 보면 사회적 합의의 주체인 교육 관련 단체 대표는 소수이고 정파 조직에 속한 이들이 많다. 실제로 이번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고교 평준화 폐지나 대학 등록금 자율화에 관한 내용들이 내부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로 알려졌고 국회에서도 ‘밀실 논의’ ‘짬짜미 의혹’ 같은 날 선 비난이 나왔다.
설사 합의된 장기 계획이 수립되어도 실제로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될 수 있을지는 더더욱 미지수다. 국교위는 이번 대토론회 내용을 수정 보완해 내년 3월 향후 10년간(2026∼2035년) 추진할 국가교육발전계획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2026∼2027년)와 차기 정부(2027∼2032년), 그리고 차차기 정부(2032∼2035년)가 시행해야 하는 교육계획인 것이다. 3개의 정권이 걸쳐 있고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교육감 선거도 3회 치러진다. 학생과 학부모, 시민들을 차치하더라도 대통령 3명과 51명의 교육감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가능할까. 역대 가장 성공적인 교육개혁안으로 평가받는 1995년 5·31 교육개혁 정도 되는 내용이어도 쉽지 않을 것이다. 법적 강제성이 없어 더더욱 그러하다.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조직을 중복해 두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국교위는 교육부의 교육과정 편성 등 일부 역할을 가져간 합의제 기구다. 기존 행정 기관과 업무가 중복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위원회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비슷한 조직을 옥상옥으로 두다 보니 정책 실패의 책임 소재를 묻기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교육부와 국교위 말고도 17개 시도에는 ‘교육 소통령’이라는 교육감들이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교육정책의 책임은 교육부 장관이 지는가, 국교위 위원장이 지는가, 아니면 교육감이 지는가. 함께 책임지는 것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책임 회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파적 위원들로 장기 정책 합의 가능?
국교위의 전신이 지난 정부의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다. 이 기구 역시 중장기 교육혁신계획과 국가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역할을 기대받았으나 수능 정시 비중 결정 하나 못 하고 교육부로 떠넘겼다. 출범 2주년을 맞은 국교위도 이대로라면 국가교육회의의 전철을 밟으며 그 존재 이유를 추궁당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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