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실업자 5명 중 1명은 반년 이상 구직 활동을 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실업자 가운데 장기 실업자 비중은 25년 만에 최고로 높아졌다. 정부는 낮은 실업률, 높은 고용률을 이유로 일자리 상황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지만, 구직 희망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는 전체 실업자 56만4000명의 20%였다. 올해 1월 7만4000명이던 장기 실업자 수는 8월에 11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충격으로 고용 사정이 최악이던 1999년 8월의 20.1% 이후 가장 높다. 8월의 전체 취업자 수가 1월에 비해 106만 명 증가했지만, ‘쪼개기 알바’로 불리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기 근로자 수가 154만 명에서 201만5000명으로 늘어나는 등 질 나쁜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
장기간 일자리를 못 찾은 이들이 이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는 ‘임시·계절적 업무가 끝나서’란 응답이 26%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시간·보수 등 작업 여건이 만족스럽지 않아서’가 25%였다. 일의 성격이 불안정하고, 처우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뒀는데 그보다 나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더 심각한 건 장기 실업자 중 20, 30대 청년이 절반이란 점이다. 청년기에 실업 기간이 길어지면 경력, 능력을 쌓지 못해 정규직 채용의 문턱을 넘기는 더 어려워진다. 최종 학교를 졸업하고도 3년 이상 취업하지 않은 15∼29세 청년 가운데 구직 활동, 직업훈련을 하지 않고 ‘그냥 쉰’ 청년들도 올해 5월 기준 8만2000명이나 된다.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이들은 장기 실업자 숫자에서도 빠져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장기 실업자와 일손이 달리는 기업을 연결해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실제로 대학 졸업 후 정부가 운영하는 폴리텍대 등에 재입학해 자발적으로 기술을 배우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들의 구직 의욕을 되살리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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