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 여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등을 용산 대통령실로 불러 만찬을 갖기로 했다. 한동훈 대표를 초청했다가 ‘빈손 맹탕’이었다는 혹평을 받은 지 8일 만이다. 용산 대통령실은 “다음 주 시작하는 국정감사를 앞둔 격려의 자리로, 매년 해 오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8일 전 대통령 독대를 재차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아직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한 대표가 현역 의원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원내 중심의 만찬을 준비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현 상황에서 잘못된 메시지를 남길 우려가 크다. 윤 대통령은 8일 전에는 체코 원전 수출 외교의 성과 설명에 만찬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했지만, 이번에는 그럴 만한 사안이 없다. 국정감사 대응, 내년 예산안 및 법안 처리 등 정기국회 현안을 논의하게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여당의 파트너가 한 대표가 아니라 추경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윤 인사들이란 의구심을 키우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가 7월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좌파 유튜버와 접촉해 ‘한동훈 공격’을 사주한 듯한 녹음 내용이 공개됐다. 전화 대화 속에서 김 전 비서관 직무대리는 “너희가 잘 기획해서 한동훈을 치면 김건희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거나 “(한 대표가) 대통령 되려고 비대위 때부터 (여론조사 예산을 놓고) 수작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SNS 글을 통해 이를 직접 비판하면서 친윤-친한 갈등은 더 번지고 있다.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과 여당의 국정 주도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윤-한 양자의 불신과 소통 부재다. 국정 성과를 위해선 야당과도 대화하고 협력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여당 대표와 만남을 꺼린다면 되는 일이 있겠는가. 한 대표 취임 이후로 두 사람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3자 간 90분 대화를 나눈 것 외엔 제대로 된 국정 논의를 한 적이 없다. 한 대표가 대통령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언론에 미리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이 언짢아했다지만, 두 사람이 협력해야 할 책무는 거북한 개인감정을 넘어서는 일이다. 이런 식의 감정싸움과 소통 부족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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