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자신에 대한 공격을 야당 성향 유튜버에게 사주한 의혹을 받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에 대해 “심각한 해당(害黨) 행위이자 범죄”라며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김 전 행정관이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너희가 잘 기획해서 (한동훈을) 치면 김건희 여사가 아주 좋아할 것”이라고 말한 통화 내용이 공개된 뒤 한 대표가 SNS를 통해 작심 비판한 데 이어 당 차원의 조치에도 나선 것이다. 이에 김 전 행정관이 탈당 의사를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탈당과 관계없이 사실을 규명하고 수사기관 고발도 검토할 방침이다.
한 대표의 이번 강경 대응으로 끓고 있던 윤-한 갈등은 이제 무차별적 전면전으로 번질 것 같은 기세다. 대통령실 측은 당장 “개인의 근거 없는 허풍이자 추측을 놓고 경솔하게 당정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야말로 해당 행위”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한 대표 측은 김 전 행정관이 넘긴 정보가 대외비라는 점, 그가 전당대회 직후 SGI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로 임명된 점 등을 볼 때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며 철저한 배후 조사가 필요하다는 강경한 태도다. 그간 쌓인 양측의 불신과 반목이 폭발 직전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이번 사건을 보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저급하고 황당한 통화 내용은 차치하고 그 상대가 누구인가. 지난 대선 기간 김 여사와의 통화 녹음파일을 방송사에 제보하고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몰카 취재에도 가담했던 쪽이다. 그런 상대와 공작과 음모 냄새가 짙은 얘기를 나눈 전직 대통령 참모의 처신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더욱이 여당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관련 전문성도 없는 사람이 연봉 3억 원에 임기가 보장된 정부투자기관 감사로 임명됐다. ‘보이지 않는 손’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이 정도면 대통령실이 먼저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나서야 할 사안이다. 대통령실은 “김 전 행정관은 김 여사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고 할 게 아니라 그런 인물이 어떻게 용산 참모가 됐는지, 나아가 공공기관 알짜배기 자리에 앉기까지 그 뒤를 봐준 사람은 과연 누구인지 제대로 밝혀야 한다. 이런 무자격 참모가 활개 치는 용산의 고장난 시스템부터 재점검하고 바로잡지 않고선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도, 윤-한 갈등의 혼란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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