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승련]‘만년 야당’ 두려움 갖고 김 여사 문제 다루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4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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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 논설위원
김승련 논설위원
디올백 영상과 몇몇 텔레그램 문자 내용이 공개된 이후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을 믿게 됐다. 정무수석, 인사기획관, 의전비서관이 할 일까지 관여하니, 역할이 생각보다 넓고 깊다고 한다. 이럴 바엔 대통령실 안에 직책을 부여하고, 국회에 출석하고 언론 질문에 답하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해 봤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느 정부나 실수를 범한다. 그걸 바로잡아 본궤도로 돌아가는 건 진심과 실력의 영역이다. 궁지에 몰린 용산으로선 5년 임기 반환점을 눈앞에 둔 지금부터라도 좋은 국정을 체감시켜야 한다. 김 여사 처리가 분수령이 될 것이다.

김 여사가 자숙 약속한다면 반드시 지켜야

대통령실은 국회의 특검법 처리, 검찰의 도이치모터스 사건 기소 여부를 봐 가며 시나리오를 짤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 2년간 용산의 계산은 번번이 빗나갔다. 정치 테크닉 대신 대통령이 후보와 당선인 때 가졌던 초심으로 판단하기 바란다. 그러자면 “당선되면 아내의 일에만 충실하겠다”는 3년 전 김 여사의 약속은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 대통령 부부는 약속을 지키려 했지만 못 지킨 걸까, 지킬 수 없다는 걸 그때도 알았던 걸까. 여기에 대한 답변은 친윤 그룹까지 요구하는 김 여사의 사과와 다짐, 실천과 검증에 꼭 필요하다. 김 여사가 앞으로 할 대국민 약속은 오차 없이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야당이나 누구 때문이어서가 아니다. 인플레를 잡겠다는 유의 정책 약속도 아닌데, 대통령 부부의 진심만 있다면 지킬 수 있는 영역이다.

그 점에서 용산 출신 희대의 낙하산 인사가 한 발언은 뼈아프다. 대통령을 두고 “말을 듣나. 혼자만 이야기하고. (주변 참모 중) 누가 이야기하느냐”고 했는데, 내부자의 입을 통해 국정 1인자가 이렇게 희화화된 적은 드물다. 윤 대통령이 꼭 필요한 비판적 보고를 차단한다는 의미일 수 있고, 국정의 누수를 모를 수 있다는 뜻일 수 있다. 사실이라면, 지지층마저 자존심 상할 말이다.

말을 막는 대통령, 그렇다고 간언을 못 하는 정치세력이라면 국정의 기회를 다시 줄 수 없다. 이런 민심 이반은 당분간 보수정치는 대한민국의 미래 만들기에 나서지 말라는 뜻이다.

대통령 선거는 좀 다를 수 있지만, 총선은 구조적으로 국민의힘에 더 힘들어진 권역별 의석수 변화를 감안하면 한가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는 여소야대에선 대통령이 국정 목표를 추진하는 게 힘들다는 걸 목격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같은 낮은 지지율을 방치한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

지역구 숫자 조정… ‘중수청’ 마인드 없으면 필패

헌법재판소가 기준을 제시한 총선 지역구별 유권자 편차를 따져보면 보수정치는 항아리 밑으로 물이 새는 걸 잊어선 안 된다. 2000년에는 편차가 4 대 1까지 허용됐다. 서울 경기 부산 등에선 30만 명이 넘어야 갑을로 분구됐지만, 농촌에선 7만5000명이면 쪼개졌다는 뜻이다. 그러다 3 대 1을 거쳐 2014년 2 대 1까지 좁혀놓았다. 상대적으로 젊고 고학력인 수도권 대도시 유권자의 표심을 반영하려는 시도로, 옳은 방향이다. 올 4월 22대 총선 지역구는 수도권이 121곳, 영남이 65곳이었다. 2000년 16대 총선 땐 각각 100곳, 66곳이었다. 편차가 2 대 1로 더 좁혀진 게 2014년인데, 이후에 치러진 3번의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108∼122석을 맴돌았다.

요즘 표현으로 중수청(중도-수도권-청소년) 정치를 지향하지 않을 땐 패배를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영남정파 색채가 짙어가는 용산과 집권당은 대통령 부부 이슈를 중수청 마인드로 따져보고 있는가 묻게 된다. 선거가 멀었다지만, 유권자는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앞으로 1, 2주 김 여사 처리는 10년 정치지형을 바꿀 수 있다. 자칫하면 만년 야당을 각오해야 한다.

#디올백#김건희 여사#국정 개입#대통령실#중수청 정치#만년 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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