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을 퇴직한 공직자 중 취업 심사를 신청한 44명 전원이 ‘취업 가능’ 통보를 받고 주요 금융·공공기관, 대기업 등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에는 금융 분야 경험 등이 전혀 없는데도 연봉 3억 원의 SGI서울보증 상근감사위원으로 임명돼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 김대남 전 행정관처럼 ‘용산의 힘’을 바탕으로 재취업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퇴임 3년 안에 재취업을 하려는 공직자들에 대한 엄격한 심사 책임을 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프리패스’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사혁신처 국감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실 출신 공직자들이 옮긴 자리는 금융권 8명, 공공기관 및 유관 기관 11명, 민간기업 17명, 로펌 6명 등 영역이 다양했다. 이들이 받은 직책도 협회 회장이나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금융·공공기관 감사나 이사 자문위원, 공공 유관 기업 부사장, 일반 기업 부사장이나 임원, 로펌 고문이나 자문위원 등 진출하지 않은 영역이 없을 정도였다.
이들 중에는 해당 분야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성이나 경력을 갖춘 이들도 있지만 재취업 배경이 분명치 않은 경우도 눈에 띈다. 법률비서관실이나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출신이 BNK경남은행 상임감사위원과 NH농협은행 사외이사로 재취업했고, 4급 행정관 출신 2명이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 부사장으로 갔으며, 국민통합비서관 출신이 강원랜드 부사장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용산 출신들이 고액 연봉이 보장되는 금융권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건 해당 기관이나 기업들이 각종 규제 권한을 쥐고 있는 정부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용산 출신들을 통해 정부의 정책 기류를 파악하거나 일종의 ‘보험용’으로 활용하려는 생각도 한다는 것이다.
13명으로 구성되는 공직자윤리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위원을 대통령이 위촉한다. 용산의 기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그런데도 심사 과정이나 심사위원 명단은 여전히 ‘깜깜이’다. 그 결과가 ‘100% 취업 가능’이다. 이쯤이면 취업 심사는 ‘통과의례’ 정도인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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