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수사를 한 건 고발장 접수 7개월 만인 2020년 11월부터였다.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 등 다른 피의자들은 재판에 넘겨졌고, 이들의 수사 기록은 법정에서 대부분 공개됐다. 하지만 검찰이 김 여사 처분을 미루면서 김 여사의 관여 정도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는 대부분 숨겨져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권 전 회장 등의 항소심 선고 이후 김 여사 관련 수사 기록이 날것 그대로 하나씩 공개되고 있다.
“형평성 논란에 金여사 관련 자료 유출”
서초동에선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우선 주가 조작 의혹의 공범들이 김 여사와의 형평성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권 전 회장 등 피고인이 9명이고, 이들의 변호사들은 알려진 것만 54명이다. 증거자료 같은 것을 복사하면서 변론에 관여한 로펌이 12곳이다. 도이치모터스 수사와 공판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검사도 10명을 넘긴 지가 한참 됐다. 이들 중 일부는 김 여사를 기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 보안이 계속 지켜질 리가 없다.
김 여사는 주가 조작 의혹의 피의자 신분이지만 검찰의 태도는 통상적이지 않다. 2021년 11월 한 차례 서면조사를 하고 검찰은 조사 내용과 다른 부분을 추가로 확인하지도 않았고 결론을 내지도 않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엔 1심 재판을 먼저 보자고 했다. 법원은 김 여사 관련 계좌 중 일부가 주가 조작에 이용됐고 그 시점의 공소시효가 남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2심까지 지켜보자고 했는데, 김 여사 무죄 주장의 근거 중 하나였던 김 여사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역할을 한 전주(錢主)에게 방조 혐의 유죄가 인정됐다. 그러자 “서로 다른 케이스”라는 말이 검찰에서 나온다. 이러니 정해진 결론이 나올 때까지 표적을 자꾸 옮긴다는 의심을 받는 것 아닌가.
검찰의 수상한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게 있다. 도이치모터스 특검법에 대해 첫 번째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된 올 1월 5일 법무부가 낸 이례적인 보도자료다. 도이치모터스 연루 의혹을 “김 여사에 대하여는 기소는커녕 소환조차 하지 못한 사건”이라고 했다. 그 뒤 벌어진 일이 공석이던 법무부 장관 임명, 민정수석 신설, 대면조사를 주장하는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제3의 장소에서 김 여사 방문조사 등이다. 보도자료가 이후 일련의 행보를 예고한 가이드라인 같다.
도이치모터스 의혹 사건은 채 상병 수사 무마 의혹처럼 대통령의 직무 수행 중에 발생한 것이 아닌 데다, 심지어 결혼하기 전 사건으로 볼 수 있어 탄핵과도 무관했다. 하지만 검찰이 미적대는 사이 김 여사 의혹은 디올백 수수, 공천 개입, 인사 개입 등 9가지로 늘어났다. 만약 검찰이 감시견 역할을 처음부터 제대로 했다면 의혹이 이렇게 번졌을까. 검찰이 일개 형사 사건을 정권 차원의 문제로 변질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다.
형사 사건을 정권의 문제로 변질시킨 檢
그런 검찰이 김 여사를 불기소하는 쪽에 무게를 두면서 곧 가이드라인의 마지막 퍼즐을 맞출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처분 이후가 더 문제다. 도이치모터스 주식 취득으로 김 여사와 어머니가 얻은 이득이 23억 원이라는 검찰 의견서가 이미 공개됐다. 300만 원짜리 디올백 수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보통 사람들이 재테크하듯 증권사 담당자에게 맡겨 놓고 물어가면서 한 것”이라는 논리까지 검찰이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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