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의 수교 75주년 기념일인 6일 양국에선 별다른 행사 없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친서를 교환했다. 주고받은 친서는 양국 관계 발전의 중요성을 공히 강조했지만, 5년 전 70주년 때와 비교할 때 냉랭해진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시 주석을 가리켜 “존경하는 동지”라는 표현이 빠졌고, “중조(中朝) 우의는 사람들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라는 식의 친밀한 표현도 안 보인다. 70주년을 전후로 김정은이 4차례나 베이징을 방문했고, 시진핑 역시 평양을 답방한 것과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소원해진 북-중 관계는 미국이 새 국제질서를 짜는 지금 평양과 베이징의 외교 셈법이 틀어지면서 발생했다. 북한은 고립 탈피의 방식으로 오랜 혈맹이던 중국보다는 러시아와 더 깊게 손잡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2년 반을 넘긴 러시아는 탄약 부족 때문에 북한의 포탄 제공이 절실했고, 북한은 러시아의 정찰위성과 탄도로켓 기술이 필요했다.
중국은 중국대로 북-러와 엮여 ‘독재의 3각 축’으로 평가받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럴 경우 자유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앞세워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하려는 미국에 당위성을 부여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은 오히려 책임 있는 지도국의 면모가 중요해졌다. 그동안 꺼려 하던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지난해 5년 만에 다시 참석한 것도 이런 노력의 하나다. 한중일 밀착에 반발한 북한은 정상회의 당일을 골라 정찰위성을 전격 발사하는 식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분명한 것은 중국은 장기적으로 북한이란 전략적 카드를 버릴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북한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후 미국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알 수 없어 중국이란 방패를 놓칠 수 없다. 지금 북한의 ‘러 밀착-중 냉랭’은 과거 중국-소련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했던 것처럼 그때그때 생존을 건 ‘널뛰기 외교’를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북-중 냉기류는 중국이 핵으로 폭주하는 북한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나온 현상이다. 우리로선 미국에 맞서면서도 글로벌 책무를 떠안아야 하는 중국의 외교 현실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라야 중국이 북한의 후견국 역할을 하는 여지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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