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창업가로 누구를 뽑을까? 여러 기업가가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온라인 소매업을 개척하여 전통 소매 산업을 파괴하고 대체하고 있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를 꼽고자 한다. 미국에서는 ‘아마존 효과(Amazon Effect)’ 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아마존은 기존 소매 시장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아마존을 따라 소매 산업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수많은 기업이 탄생하게 되었다.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쿠팡도 포함된다. 베이조스는 그렇다면 어떻게 온라인 소매 산업을 장악하고 완성해 나갔을까?》
도전과 실패 두려워 않는 기술혁신가
베이조스의 삶은 항상 새로운 도전과 발명의 연속이었다. 그는 좀 더 나은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발명가로서의 기질이 드러났다. 베이조스는 어렸을 때 자신의 침실을 실험실로 바꾸고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고 한다. 물건을 분해하고, 수리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즐겼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작은 발명가’로 불렸다. 이러한 호기심과 기술에 대한 열정은 그가 프린스턴대에서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게 된 바탕이 되었다.
대학 졸업 후, 베이조스는 월스트리트에서 금융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 그가 일하던 회사 ‘디 이 쇼(D. E. Shaw)’에서 그는 순식간에 부사장 자리까지 올라 큰 연봉을 받았지만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더 큰 그림이었다. 베이조스는 당시 새로운 기술 혁신인 인터넷의 잠재력을 보고 있었고, 그가 목격한 놀라운 통계가 그의 결심을 굳혔다. 인터넷 사용자가 매년 2300%씩 증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인터넷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에 인생을 걸었고, 그 기술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산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고민은 아마존 설립 계기였다. 당시 그는 뉴욕의 편안한 직장을 뒤로하고, 아내와 함께 서부로 향하는 길에 아마존 사업 계획서를 구상했다.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비전을 추구했고, 그 선택은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베이조스는 1994년 자신의 차고에서 아마존을 창립했을 때 첫 상품으로 책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기술 혁신을 통한 온라인 소매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카테고리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을 때 쉽게 부패하지 않고, 규격화돼 있으며, 제품의 주요 내용을 온라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책이 떠올랐다. 아마존은 빠르게 성장하며 책 외에도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5년 시작한 아마존 프라임은 고객들에게 더 빠른 배송과 추가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로 인해 아마존의 고객 충성도는 극대화되었고, 회사의 성장은 멈출 줄 몰랐다.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전자제품, 의류, 식품 등 실물 제품은 물론이고 디지털 제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파는 가게(The everything store)’로 발돋움했다.
드론 배송, 클라우드 서비스 등 확장
초기의 아마존은 비즈니스 모델조차 명확히 없었고, 온라인 소매업 자체가 과연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많았다. 당시만 해도 온라인에서 무언가를 산다는 것은 모험에 가까웠고, 인터넷 보급률도 높지 않았다. 하지만 베이조스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집중했으며,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혁신을 통해 끊임없이 서비스를 개선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이라는 철학을 만들어 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고, 테크놀로지 개발을 통해 그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그의 비즈니스 철학이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고객들이 배송 속도에 중요한 가치를 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물류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혁신했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배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자동화된 물류 창고를 도입했고, 무인 배송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러한 혁신 덕분에 아마존은 전 세계 어디서든 주문 후 몇 시간 내에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초고속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2020년에는 드론을 활용한 배송 서비스인 ‘프라임 에어(Prime Air)’를 상용화하며 물류 시장에 또 한 번의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켰다. 또한 고객들의 주문 이후뿐만 아니라 주문 자체의 편의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 및 서비스를 구상했고, 그중에 아마존 에코(알렉사)가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베이조스는 기술 혁신을 통해 단순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넘어서려 했다. 2006년, 그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진출하며 또 다른 혁신을 이끌었다. 아마존 웹 서비스(AWS)는 처음에 성수기의 엄청난 트래픽에 견딜 수 있는 안정적인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이후 전 세계 기업들에 필요한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탈바꿈했다. AWS는 오늘날 전 세계 수백만 개의 기업이 사용하는 가장 큰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베이조스는 AWS를 통해 아마존이 단순한 온라인 소매업체가 아닌, 빅테크 기업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AWS는 현재 아마존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아마존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모회사), 엔비디아, 메타(옛 페이스북), 그리고 테슬라와 함께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이라고 불리며 빅테크 기업의 선두 주자로 자리 잡았다.
베이조스는 새로운 가치를 위해 항상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려 했고 그럴 때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무엇이든 기존 관습에 따라 실행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다. 그는 “실패는 혁신의 필수 요소”라며 실패를 통해 배우고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예를 들어, 2016년에 아마존은 ‘아마존고’라는 무인 자동화 편의점을 시작했다. 기존의 오프라인 편의점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아마존의 특기인 기술로 시장을 파괴하는 방식의 진출을 한 것이다. 막대한 금액이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아마존 고는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고 실패로 여겨지며 사업을 조금씩 접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아마존 고로 배운 지식을 통해 또다시 새로운 방식으로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베이조스의 이러한 리더십은 아마존이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기존 공식 깨는 새 가치 창출 배울 만
베이조스는 2021년 아마존 CEO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회장으로서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블루오리진과 워싱턴포스트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자신의 열정을 쏟고 있다. 아마존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술 기업 중 하나로, 베이조스가 구축한 혁신적 리더십 덕분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조스의 경영 철학은 한국 기업들에도 큰 교훈을 제공한다. 베이조스는 항상 기술 혁신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고객에게 새롭고 좀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추구하는 경영 스타일을 지향했다. 베이조스는 기존에 있었던 소매 산업의 공식들을 깨는 방법을 고민했고 항상 신기술에 기반한 새롭고 유일무이한 가치들을 제공해 기존의 경쟁자들을 무력화시켰다.
한국의 기업들은 어떠한가? 과연 새로운 기술에 기반하여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얼마나 존재하는가? 아마존처럼 기존 기업이 제공하지 않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있는가?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은 새로움보다는 다른 기업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라 하는 데 그치고 있다.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큰 성장을 노리기보다 보장된 작은 성공을 추구하는 기업이 많이 보인다. 기술 혁신에 무섭도록 집착하며 시장을 선도하는 아마존 같은 기업이 탄생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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