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바닥이라 해체 위기에 처한 마약반이 국제 마약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잠복수사에 들어간다. 이 상황만 보면 한 편의 형사물이 떠오르지만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은 여기서 갑자기 코미디로 방향을 튼다. 24시간 감시를 위해 범죄조직 아지트 앞에 있는 치킨집을 위장 창업했는데, 이 치킨집이 대박이 나면서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네. 수원 왕갈비 통닭입니다.” 전화로 손님 응대하는 고 반장의 목소리는 점점 치킨집 사장처럼 변해가고, 갈비와 통닭의 중간쯤 되는 왕갈비 통닭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치킨집은 순식간에 대박 맛집이 된다.
이 영화의 엉뚱하고도 기막힌 반전의 이야기는 고스란히 현실이 된다. 뻔한 범죄 스릴러나 형사물이라 생각했던 관객들이 빵빵 터지는 코미디에 호응하면서 입소문이 나고 무려 16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역대급 대박 흥행을 터뜨린 것. 그런데 이 흥행에는 잘 짜인 코미디 액션이 만들어 낸 유쾌 통쾌한 재미뿐만 아니라, 갈수록 힘들어지는 창업 현실에 대한 갈증이 작용한 면도 있다. 조기 퇴직에 너도나도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여기는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폐업하는 자영업자들도 급증했다. 그러니 잠시라도 현실을 잊고 마음껏 웃고 싶은 마음이 왜 없을까. 게다가 가장 많이 창업한다는 치킨집 이야기를 비틀어낸 코미디이니 풍자와 판타지가 더해지지 않았을까.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 수가 100만 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팬데믹을 빚으로 버텨냈지만 고금리, 고물가, 고임금에 쓰러져 간 것. 현재의 자영업자들이 겪는 고충은 ‘극한창업’에 가까울 듯싶다. 언제쯤 나아질까. ‘극한직업’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진 못해도 희망이라도 될 수 있는 그런 날은 요원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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