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인 김봉현 씨가 일으킨 다양한 논란 중에는 룸살롱에서 3명의 검사에게 접대를 했다는 것도 있다. 이후 검사 2명은 불기소됐고 유일하게 법정에 선 나모 검사마저 1·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제 식구 봐주기’라는 비판이 무성했다.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끝나는 듯했던 이 사건은 대법원이 어제 원심을 파기하면서 상황이 다시 한번 뒤집혔다.
▷2019년 7월 벌어진 술자리에 등장하는 인물은 7명이다. 김 씨와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 현직 검사 3명이 먼저 모였고, 중간에 대통령실 행정관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다녀갔다. 술값과 밴드 비용, 여성 접객원 비용 등을 합친 총비용은 536만 원이었다. 관건은 검사들에게 제공된 향응이 청탁금지법상 처벌 기준인 1인당 100만 원이 넘느냐였다. 통상 전체 비용의 ‘n분의 1’로 계산하는데, 기소와 판결에서 핵심은 모수인 ‘n’을 몇 명으로 볼 것이냐였다.
▷검찰은 기소 단계에서 시간대별로 참석자와 비용을 분류한 뒤 나 검사보다 먼저 자리를 뜬 검사 2명이 받은 접대 금액은 각각 96만여 원으로 산정했다. 두 검사가 귀가한 뒤 발생한 밴드비 등을 제외해 100만 원 아래로 맞춘 ‘기적의 계산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나 검사는 114만여 원의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는 됐지만, 1·2심은 대통령실 행정관도 일부 향응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나 검사의 향응액은 93만여 원으로 줄었다. 법원이 검찰의 계산법을 인정한 데다 참석자는 더 늘려서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술값을 더 세분화하면서 뒤늦게 와 잠시 참석했던 행정관을 빼야 한다고 봤다. 이렇게 되면 나 검사의 몫은 100만 원이 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대법원의 결론이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합리적인 논리로 나 검사, 공여자인 김 씨와 전관 변호사를 처벌할 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검찰이 불과 4만 원 차이로 기소하지 않은 검사 2명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봤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애초에 검찰이 청탁금지법을 최소한으로 적용해 면피성으로 일부만 기소한 것부터가 문제라는 얘기다.
▷사법적 판단에 앞서 이 사건의 본질은 검사가 접객원까지 부른 술자리에 머물고 돈은 업자가 냈다는 것이다. 검찰이 법리와 계산법만 따질 게 아니라 반성부터 하는 게 도리였을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김 씨가 옥중에서 낸 입장문을 통해 검사들의 향응이 알려진 이후 4년이 지나도록 공식적으로 사과조차 한 적이 없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근거로 검사들에 대한 징계도 미뤄지고 있다. 검찰에서 무슨 이유를 대든 국민의 눈에는 힘센 권력기관의 오만과 제 식구 감싸기로 비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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