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훈상]대통령이 밑바닥 찍겠다면 그 옆에 설 여당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9일 23시 15분


박훈상 정치부 차장
박훈상 정치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은 스타일상 밑바닥을 찍어야 방향을 바꾼다. 중간에 바꾸는 법이 없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가 바라본 ‘윤석열 스타일’이다. 국정 지지율이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인 20%를 찍었음에도 ‘탄핵 경고등’이 켜지는 10%대로 내려가야 변화의 조짐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민심이 임계점을 넘어선 지 오래라는 대다수 여당 의원의 인식과 정반대다. 대통령 지지율이 밑바닥마저 파고들어 가는 상황인데 대통령의 ‘심리적 마지노선’만 다른 것인가.

용산과 여의도 사이의 심리적 간극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김 여사 문제다. 당에서는 이미 올해 1월 총선 국면부터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한동훈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사과를 요구했고, 이후 한 대표와 전당대회 때 경쟁했던 나경원 윤상현 의원, ‘친윤 주자’ 원희룡 전 장관도 김 여사 사과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지난달 19일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강행 처리할 때 여당은 22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필리버스터 지연 작전’을 펼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향한 국민적 여론이 나쁜데 옹호했다가 ‘방탄 정당’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먼저 선뜻 나서 몇 시간 동안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 토론할 의원도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이니 윤 대통령이 건배사로 “우리는 하나”라고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 여당 내 이탈표가 최소 4표가 나온 것이다. 당론 부결 대열에서 4명이 이탈한 것은 용산과 여의도의 인식 차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4명 더 이탈하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윤 대통령과의 독대로 김 여사 해법을 찾겠다던 한 대표는 독대가 거부당하자 ‘팀 한동훈’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을 잇달아 만나 “물러나지 않고 앞장서겠다. 믿고 따라 달라”, “선택해야 한다면 민심을 따를 것”이라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김 여사에 대한 방어막을 더는 치기가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여당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국정감사 한가운데 치러지는 10·16 재·보궐선거다. 여당은 국정감사를 초조하게 지켜보며 용산을 향한 변화 요구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여당 텃밭인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야권 단일화까지 끝마치고 정권 심판론에 더해 탄핵을 띄웠다. 여당은 국감에서 김 여사 의혹 관련 ‘스모킹건’이 드러나면 곧바로 ‘응징 투표’로 심판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2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트라우마가 떠오르는 것이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검사 출신 대통령이 수사 생리를 너무 모른다. 정권이 바뀐 다음 수사를 받으면 검찰이 더 김 여사에게 가혹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여사를 분리해 정권의 레임덕, 야권의 탄핵 공세로부터 대통령을 방어하겠다는 당의 충정을 몰라준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국민의 지지가 있는 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윤 대통령은 11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다. 구중궁궐에 갇힌 용산에 민심을 전하겠다는 여당 요구에 윤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국민 지지가 달렸다.

#윤석열 대통령#국정 지지율 최저#여당#심리적 간극#김건희 여사 리스크#김건희 특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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