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창덕]정부가 인위적으로 공사비를 조정할 순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9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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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산업2부장
김창덕 산업2부장
윤석열 대통령은 올 초 민생토론회에서 ‘1·10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할 때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아주 확 풀어버리겠다”고 했다. 당시 대책의 핵심은 30년 이상 아파트 재건축 시 안전진단 절차를 사실상 건너뛰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6월 기업구조조정(CR) 리츠를 10년 만에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8월 들어서는 ‘재건축·재개발 특례법’ 추진을 포함한 ‘8·8 주택공급 대책’과 기업이 운영하는 20년 이상 장기임대주택 카드를 연이어 꺼내들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심상치 않게 뛰자 공급 속도를 높여 이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어서였다.

시멘트 수입해 공사비 안정화하겠다는 정부

그런데 이런 대책들이 나올 때마다 중요한 한 가지를 놓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사비 문제였다. 정부가 아무리 드라이브를 걸어도 민간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공허한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민간의 움직임을 막고 있는 게 치솟은 공사비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하는 공사비 지수는 2020년 연간 평균을 100으로 놓았을 때 작년 127.90까지 올랐다. 올해는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연속 130을 웃돌기도 했다. 8월 역시 129.71이다. 전국 재개발 및 재건축 현장 곳곳에선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증액 갈등으로 시끄럽다.

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거다. 이달 초 나온 공사비 대책이 그 결과물이었다. 눈에 띄는 내용은 시멘트 수입 지원이다. 국내 시멘트 가격은 2021년 t당 7만8800원에서 지난해 11만2000원까지 40% 넘게 올랐다. 수입 시멘트를 들여오도록 유도하면 이 상승세가 멈출 것이란 논리다. 다시 한번 꺼낸 ‘공급’ 카드다.

그런데 건설사들은 왜 이제까지 시멘트를 수입하지 않았을까. 간단히는 이로울 게 별로 없어서다. 시멘트는 반도체와 다르다. 부피가 커서 수입이나 수출을 하려면 운송비가 너무 많이 든다. 그나마 가까운 중국이 유일한 수입처가 될 텐데, 그마저도 계산이 맞지 않았다. 정부가 시멘트 저장시설과 유통설비 인허가를 지원해 준다 한들 해결될지 의문이다.

결국 둘 중 하나다. 우선 정부 의도와 달리 수입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나머지는 비싼 운송 비용을 감안하고도 공사비를 낮출 수 있을 만큼 아주 값싼(저질) 시멘트를 들여오는 것이다. 정부는 수입 시멘트 품질인증을 강화해 안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국내 시멘트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 의미 있는 규모를 수입하려면 쉽지 않은 과제다.

정부 대책은 타깃 설정이 중요하다. 이미 오른 공사비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걸 목표로 삼는 게 맞을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할 때 스페인산 계란을, 배추값 잡으러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는 것과는 다르다. 시멘트를 수입해서도 공사비가 내려가지 않는다면, 그때 가선 이동통신사에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듯 할 순 없지 않은가.

현장 갈등의 중재자 역할 나서 주길

차라리 현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주택공급 속도를 높일 방안을 찾는 데 정부의 힘을 모아줬으면 한다. 이를테면 시공사와 조합 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설치해 뒀지만 현재 유명무실해진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공사비를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시공사와 아파트를 싸게 지어 수익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조합이 이견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지금처럼 공사비 부담이 클 때 양측 의견은 더 첨예하게 갈리기 마련이다.

정부가, 또는 정부의 위임을 받은 이가 적절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도심 주택공급이라는 목적지에는 의외로 빨리 도달할 수 있다.

#정부#주택공급 대책#공사비#시멘트 수입 지원#정부 대책#도심 주택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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