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남쪽 국경의 영구적 차단·봉쇄’를 선언하며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와 철도를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우리 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과 대한민국 영토를 철저히 분리하기 위한 실질적인 군사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해와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미군 측에 통지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휴전선 북측 지역에서 별다른 공사 동향은 포착되지 않았다.
북한군의 국경 차단 선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에 따른 남북 간 단절 조치를 물리적으로 가시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미 올해 초부터 경의선·동해선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고 철로를 철거하는가 하면 비무장지대(DMZ)에 대전차 장애물로 추정되는 방벽을 설치해 왔다.
북한은 ‘두 국가로의 철저한 분리’를 내세우지만, 거기엔 일부 석연찮은 신호도 섞여 있다. 이번에 남측에 대해선 ‘대한민국 영토’라면서도 자기네에 대해선 ‘우리 공화국의 주권행사 영역’이라고 불러 아직 영토 개념이 정리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7∼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 일부를 개정했다고 발표했지만, 당초 예고한 통일 개념 삭제나 영토 조항 신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급격한 노선 전환이 순조롭지 않다는 징후일 수 있다.
김정은도 요즘 교묘한 이중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김정은은 7일 한 연설에서 대남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면서도 “우리는 솔직히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 “이전 시기의 남녘해방, 무력통일이란 말에 지금은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것이 억제력을 자신하며 짐짓 여유를 부리는 핵보유국 행세인지, 아니면 한미 핵억제력 강화에 대한 경계심의 발로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북한은 앞으로 요새화 공사를 확대하거나 해당 지역에 군부대를 주둔시키는 등 더욱 공세적인 작전으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다. 북한군은 이번 조치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며 오판에 의한 우발적 충돌 방지를 내세워 미군 측에 통보하는 형식도 취했다. 향후 휴전선 일대의 긴장 유발, 나아가 우발 충돌을 가장한 도발의 책임도 남측에 전가하려는 속셈이다. 우리 군의 빈틈없는 대비 태세와 냉철한 위기관리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