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어렵다는 건 늘 들려오는 말이다. 길을 걷다 보면 ‘임대 문의’가 붙은 텅 빈 가게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도 자영업자가 고통을 겪고 있다는 ‘뉴스(News)’ 아닌 뉴스가 반복돼 나오는 이유는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 수 98만 명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실업자가 된 자영업자 증가 폭 23%(올 1∼6월 기준)는 전체 실업자 증가율의 3배가 넘는다. 아는 이야기라며 넘기긴 어려운 수치들이다.
자영업자의 눈물을 보여주는 숫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쌓이고 있다. 대금이 밀린 식당 사장 등을 대신해 SGI서울보증이 갚아준 돈은 올 들어 6개월 만에 벌써 지난해 1년 치의 두 배가 넘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 2021년보다도 이미 많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은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렸고 이들의 연체율은 3년 전보다 3배 넘게 뛰었다. 코로나19 때 쌓인 빚에다 내수 부진까지 이어지면서 한계 상황에 놓인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지표를 보고 있는 정부는 대책을 내놓느라 바쁘다. 지난주에는 소비 활성화 대책들을 발표하며 자영업자 맞춤형 지원 방안을 함께 내놨다. 이달 중에 또 자영업자 대책을 내놓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진 않았지만 내년 예산에도 자영업자 지원에 쓸 돈이 담겨 있다. 정부는 내년에 자영업자들에게 배달·택배비를 1년에 최대 30만 원 지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뜯어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지점들이 눈에 띈다. 최근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비용 부담 완화뿐만 아니라 취업, 재창업 지원 강화로 재기를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2일 나온 맞춤형 지원 방안에서 재취업을 비롯한 ‘재기 지원’에 들어가는 추가 자금은 3000억 원으로 전체의 3%도 안 됐다. 2022년 7월부터 2년 동안 지원된 전체 정책 금융은 47조 원이 넘었지만 재기 지원 자금은 1조 원에 그쳤다.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 출발 기반을 마련하기에는 충분치 않아 보이는 액수다.
정부의 지원 예산 역시 마찬가지다. 자영업자 약 68만 명에게 배달·택배비를 지원하기 위해 잡아놓은 내년 예산은 2037억 원이다. 전체 자영업자 지원 예산이 2733억 원 늘었는데 그중 75%나 된다. 현금성 지원보다는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하면서도 하루에 1000원꼴도 안 되는 현금성 지원은 계속되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도 자영업자들에게 전기요금을 지원하고 있다. 2520억 원을 들여 한 명당 1년에 최대 20만 원을 준다.
예전에 한 고위 공직자는 “비바람이 불 땐 우산이라도 씌워 주면서 같이 비를 맞는 게 공무원이 할 일”이라고 했다. 조금이라도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다면 정책 목표에서 벗어나거나 효과가 작더라도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공직자로서 필요한 자세다. 그러나 자영업자 지원은 같이 비를 맞아주며 생색만 내는 데 그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많은 자영업자는 오래전부터 한국 경제의 문제점으로 꼽혀 왔다. 이참에 호흡기만 달아주는 현금성 지원에서 벗어나 전직, 재교육 등에 더 많은 정부의 돈과 시간을 써야 한다. 지금처럼 해선 그들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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