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54)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쾌거다. 영국 가디언지는 한 작가를 “매우 중요한 목소리와 놀라운 인간성을 가진 작가”라고 평가했고,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의 카프카”에 비유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서점가에서도 ‘한강 신드롬’이 일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목록과 매대가 한 작가의 작품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개인적 성취일 뿐 아니라 1922년 ‘구운몽’의 영어 번역본 출간을 시작으로 102년간 한국문학을 해외에 알려온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 해야 할 것이다. 1968년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자극받아 시작된 번역 지원 사업이 지금까지 꾸준히 시행되고 있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 이청준 이승우 황석영 신경숙 조남주 정유정 김혜순 등의 작품이 해외에서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거나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는 경사가 이어졌다. 선배 소설가 황석영(81)의 말대로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고통과 수난의 치유자이자 해결자였던 한국인과 한국문학이 걸어온 길 위에서 거둔 빛나는 성과”인 것이다.
이젠 해마다 200종이 넘는 한국문학 작품이 2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고 있다. 한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2016년 한국인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후 정보라의 ‘저주토끼’(2022년), 천명관의 ‘고래’(2023년),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2024년)가 연달아 최종 후보에 올랐다. 아쉽게 수상자로 호명되지는 않았지만 3년 연속으로 세계 3대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한국문학의 외연도 넓어지고 있다. 10일에는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김주혜가 일제강점기 평범한 이들의 독립운동을 다룬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학의 세계적 성취가 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기대하는 이유다.
한국문학은 한류의 뿌리를 넓고 깊게 내리게 하는 원천 콘텐츠로서도 가치가 높다. 한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영화로 제작됐고, ‘소년이 온다’는 폴란드 연극 무대에 올랐다. 한국문학을 해외에 번역 소개하는 사업을 확대하고, 중국과 일본에 한참 못 미치는 해외 한국문학 강좌 개설도 지원해 고급 독자들을 키워야 한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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