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연 3.50%였던 기준금리를 3.25%로 낮췄다. 코로나19로 유발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시작된 긴축 기조를 3년 2개월 만에 완화 쪽으로 전환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했던 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고물가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만큼 위축된 경기 부양 쪽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하지만 싼 금리로 돈을 빌려 집을 사려는 이들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번 금리 인하로 연간 2조5000억 원, 가구당 평균으로는 21만 원씩 국내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가 소비에 쓸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커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2분기에 전기 대비 0.2% 감소할 정도로 침체된 민간소비를 되살리기에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 경기를 확실히 살리려면 기준금리를 내년 말까지 2.5∼2.7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게 금융시장의 판단이다.
추가 금리 인하 여부와 속도는 집값과 가계대출의 움직임에 달렸다. 앞서 한은이 8월 말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밝힌 이유도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은행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으로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다소 수그러들고, 서울 아파트 값 상승 폭도 둔화됐지만 불씨가 완전히 잡힌 건 아니다. 5대 시중은행을 통해 지난달 정부가 공급한 저금리 정책대출 규모는 여전히 2조 원 정도로 전달보다 거의 줄지 않았다.
‘영끌 투자’에 뛰어들 주택 소비자들이 상시 대기 중인 상황에서 나온 기준금리 인하는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지면 1년 후 서울 집값이 0.83%포인트 오른다고 한다. 정부의 부동산·금융 정책 실패가 가계빚을 부풀려 금리 인하 시점을 늦췄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번 금리인하가 통화정책의 패착이 되지 않도록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 가이드라인을 더 촘촘하게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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