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그제 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우리 수도 상공에서 대한민국의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전날 북한은 ‘외무성 중대 성명’을 통해 한국이 최근 세 차례에 걸쳐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며 관련 사진까지 공개했다. 이에 우리 군이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며 북한에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응수하자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을 내세워 거듭 위협에 나선 것이다.
북한이 수도 평양의 방공망이 세 차례나 뚫렸다는 사실을 자인하며 발끈한 것은 역설적으로 북한 지도부가 무인기 침투에 느꼈을 충격과 당혹감을 보여준다. 대북 전단이 아닌 폭탄을 실은 무인기였다면 김정은의 안위까지 심각하게 걱정해야 하는 사태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 사건을 주민들에게도 공개하며 김정은의 대남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을 정당화하는 적대감 고취용 선전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대외 위협을 강조해 내부 동요를 막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겠지만 그간 자신하던 평양 방공망에 대한 의문이 주민들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 군과 정부가 전략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무인기를 보낸 주체가 군 또는 정부기관이든, 아니면 민간단체이든 우리 측인 것으로 확인된다면 당장 불필요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군이나 정부기관의 은밀한 작전은 결코 드러나선 안 될 일이고, 민간단체의 활동이라 해도 그게 확인되면 정부나 군의 정보·감시망에 있었는지 논란은 물론이고 향후 대응 방향을 놓고 남남(南南) 갈등까지 노출할 것이 뻔하다. 그러니 북한 내부 소행 가능성까지 띄우며 북한 대응에 혼선을 주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남북 긴장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는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11일 국회 국정감사 도중 언론 속보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그런 적이 없다”며 부인한 뒤 1시간 만에야 ‘확인해줄 수 없다’는 공식 답변을 내놨다. 민간단체의 활동이라도 무력 충돌을 낳을 수 있는 수준이라면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최소한 그들의 활동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어야 위기 시 대응도 제대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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