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이러면 안 돼!’ 하고 큰소리치거나 ‘이래야만 하는데…’ 하고 한숨이 나올 때가 있다. 인생살이란 원래 마음대로 안 되는 법이지만, 사람이란 머리로 그걸 알면서도 욕심과 집착에 사로잡혀서 ‘마음 내려놓기’를 잘하지 못할 때가 많다. 양희은 작가, 아니 오랫동안 노래로 우리에게 울림을 준 포크 음악의 대모는, 최근에 출간한 두 권의 에세이에서 스스로 만든 덫을 풀기 위해 되새겨야 할 마음가짐을 제목으로 넣었다.
나는 집안과 직장에서 생긴 일로 우울증과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3년간 격주로 동네 병원에 다니며 약을 먹었다. 이전의 ‘정상적’ 생활이 한순간에 무너져내려 억울했고 생을 끊어야만 모든 걸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오히려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그 무렵 우연히 접한 말들 덕에 겨우 마음이 편해질 수 있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사회적 사건 현장에 찾아가 ‘심리적 심폐소생’ 활동을 해 온 정혜신 선생은 저서 ‘당신이 옳다’에서 환자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선 “그렇구나”라고 공감을 나타내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누군가가 옆에서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함께 울고 화를 내준다는 것이 얼마나 드물고 행복한 일인가. 그제야 ‘일’이 터진 후에 나에게 가장 엄하게 임한 자는 후회하고 원망하던 나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살면서 미처 생각지 못한 일에 갑자기 휩쓸리고 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생을 끊고 싶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런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어” 하면서 나를 온전히 받아주면 어떨까. 어려울 때 나만이라도 나를 다정하게 대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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