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아시아 여성 작가 첫 노벨 문학상의 주인공 ‘한강’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14일 22시 51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소설가 한강(54·사진)이 선정됐습니다. 한국 작가가 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며 아시아 여성 작가로도 최초입니다. 아시아 작가로 과거에 이 상을 받은 사람은 인도의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913년), 일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와 오에 겐자부로(1994년), 중국의 모옌(2012년) 등 4명뿐입니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작가는 소설가였던 아버지(한승원) 아래서 일찍부터 한국 소설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그는 1993년 ‘문학과 사회’에 시 ‘서울의 겨울’이,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2005년에는 심사위원 7명의 전원 일치 평결로 소설 ‘몽고반점’이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는데, 당시 아버지(1988년)에 이어 2대가 같은 상을 받은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뛰어난 문학적 성취로 주목받았던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 일반 국민에게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후 눈부실 정도의 수상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2017년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또 지난해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고, 마침내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한강은 인간의 폭력성이 가져오는 삶의 모순, 그리고 약자들의 상처와 비극을 집요하게 탐구해 온 작가로 꼽힙니다. 이번 노벨 문학상도 그녀의 작품이 가지는 소수자성에 주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 발표에서 “그녀의 작품은 폭력, 슬픔, 가부장제 등 다양한 장르를 탐구하며 경계를 넘나든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독자들은 지금까지 노벨 문학상이 발표되면 수상 작가 작품 중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 있는지부터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릅니다. 한국어로 바로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가 비록 오랜 역사를 지닌 언어라고는 하나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인구는 8200만 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과 한국어는 더 이상 한 국가의 언어와 문학이 아니라 세계 문학의 중심에 놓이게 됐습니다. 이것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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