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이 8.28%로 2014년 사전투표제 도입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희연 전 서울교육감이 해직 교사 부당 채용으로 당선 무효형을 받아 치러지는 이번 보궐선거는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와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의 양강 구도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최종 투표율이 20%를 넘지 못하고, 수천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누가 되더라도 그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2007년부터 직선제로 선출되는 교육감은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정당 개입을 배제하고 있다. 교육 정책이 진영에 치우쳐선 안 된다는 취지였으나 교육감 선거를 유권자들이 외면하는 ‘깜깜이’로 만들고 진영 싸움을 고착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당 공천을 받지 않는 교육감 후보는 인지도가 떨어지다 보니 더 치열한 진영 대결이나 네거티브 공방의 유혹을 받게 된다. 이번 보궐선거에서도 조 후보는 “좌파 교육 척결”, 정 후보는 “친일 교육 심판” 등 노골적으로 이념을 앞세웠다. 두 후보는 선거 현수막 색상을 각 정당의 상징색과 통일하는 방식으로 정치색을 드러내고 있다.
후보가 난립해 진영 내 후보 단일화가 선거 승패를 가르는 것도 문제다.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보수 진영 후보 3명의 득표율은 53%였으나 진보 진영 단일 후보인 조 전 교육감이 득표율 38%로 당선됐다.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정당서 물밑 지원을 하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교육감 선거는 시도지사 선거와 마찬가지로 광역 단위로 치러진다. 정당 개입 없이 개인이 조직을 동원하고 비용을 댈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이처럼 교육감 선거는 제도 설계의 취지와 달리 정치적 중립성이 지켜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선거를 거듭할수록 학생과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를 위한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저급한 진영 대결로 변질되고 있다. 지방자치를 담당하는 시도지사와 교육자치를 담당하는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로 통합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을 놓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 언제까지 유권자가 후보 이름도, 공약도 모르는 깜깜이 선거로 초중고 교육의 미래를 결정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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