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기용]‘차이나 프리’ 현대차의 약진… “中 없어도 성공” 증명해주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15일 2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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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산업1부 차장
김기용 산업1부 차장
영어 단어 프리(free)는 명사 뒤에 붙어 ‘∼이 없는’이라는 뜻을 만들어 낸다. 슈거 프리(sugar free·설탕 없는), 듀티 프리(duty free·세금 없는) 등이다. 대체로 프리 앞에 오는 단어가 부정적이어서 프리가 붙으면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차이나 프리(china free)란 말도 있다. 2007년에 크게 유행했었다. 당시 중국은 명실상부한 ‘세계의 공장’이었다. 주변에서 중국산 아닌 걸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독성물질이 포함된 중국산 식료품과 의료품, 생활용품 등이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그러자 일부 제품에 ‘차이나 프리’ 스티커가 붙기 시작했다. 중국산 원료·재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확산될 것 같았던 차이나 프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중국을 배제할 경우 세계 경제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더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 그랬다. 중국과 붙어 있는 지리적 특성과 오랜 시간 중국의 영향을 받아온 역사적 특성까지 더해져 차이나 프리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이런 분위기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비자발적 차이나 프리를 경험한 현대차의 약진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때 중국에서 승승장구했던 현대차는 사실상 차이나 프리를 당했다. 2014년 1월 현대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1.1%까지 치고 올라갔다. 2016년까지 4년 연속 연간 판매량 100만 대 이상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매체와 기관, 단체들이 혐한 감정을 부추기자 판매량은 급감했다. 6년 연속 판매량이 감소했고 시장 점유율은 1%대까지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약 24만 대 판매에 그쳤다. 2016년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제 더 내려갈 곳도 없다는 것이 현대차 베이징 주재원들의 인식이다.

‘중국 시장 없이 성공은 힘들다’는 인식에 비춰 보면 현대차는 지금 심각한 위기여야 한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중국에서 승승장구 할 때도 글로벌 5위에 머물렀던 현대차는 지금 글로벌 3위에 올랐다. 1위는 도요타, 2위는 폭스바겐이다. 일부에서는 현대차가 곧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판매 비중이 높은 도요타와 폭스바겐이 최근 중국에서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현대차의 이른 중국 의존도 축소는 선견지명이 아니라 우연이다. 이렇게 얻은 성과는 쉽게 사라진다. 이제 우연이 아닌 실력으로 입증해야 한다. 현대차는 최근 미래차 선도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괄적 협력을 하기로 했고, 구글에 자율주행용 차량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중국이 아닌 인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에 오른 인도에서 성공한다면 현대차의 세계 1위 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나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틈만 나면 중국 칭송에 바쁘다. 중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세기 때문이다. 이런 속에서도 현대차가 ‘중국 없이도’ ‘차이나 프리’여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차이나 프리#현대차#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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