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강식]‘병자’ 된 독일경제, 닮은꼴 한국경제 경고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15일 23시 12분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전 한독경상학회 회장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전 한독경상학회 회장
독일 경제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이 회복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유력하다. 독일의 기업환경지수는 최저치를 기록 중이며, 기업 파산율은 지난 10년간 최고 수준에 달했다, 유럽의 언론들은 독일의 현 상황을 ‘경제 위기’, ‘유럽의 병자’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제조업-중국 의존도 높은 獨, 침체 늪


독일 경제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에너지 가격 폭등과 중국 경제의 부진을 들 수 있다. 특히, 에너지 문제는 근본적으로 원전 폐쇄와 러시아 에너지 의존 정책에 기인한 바 크다. 독일은 원전을 폐기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환을 추진해 왔고, 이에 따른 비용 상승을 저렴한 러시아 가스의 수입을 통해 상쇄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전기요금이 폭등했고, 이는 기업의 경쟁력과 국민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었다. 한국도 문재인 정부 당시 독일의 에너지 정책을 본받아 탈원전과 러시아 가스관 건설을 통한 가스 수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는데, 계속 두었다면 그 결과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을지 현재 독일의 상황이 명확하게 보여준다.

독일 경제의 높은 중국 의존도 역시 경제 부진의 주요 원인이다. 독일은 오랜 기간 중국과의 무역 및 투자에 집중해 왔으며, 현재 중국은 독일의 최대 투자처이자 수출시장이다. 이제 중국 경제의 부진이 독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가스 의존이 독일 경제에 미친 영향처럼, 중국 경제에 대한 높은 의존도 역시 독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역시 중국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자와 수출시장의 다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독일 경제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외부 요인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독일 내부의 구조적 문제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산업구조 및 구조개혁 부진의 문제이다. 독일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제조업 강국으로, 자동차, 화학, 기계산업 등에서의 높은 경쟁력이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다. 그런데 제조업 중심의 독일 경제는 시대 변화에 따라 산업을 다각화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디지털 산업을 주도하는 데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 결과 디지털 경제 영역에서는 ‘디지털 후진국’이라는 자조 섞인 평가를 받을 정도로 경쟁력이 취약한 실정이다. 이는 한국에 산업구조 다각화와 첨단산업 육성, 그리고 디지털 전환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독일의 투자 환경은 점차 악화되어 왔다.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 높은 인건비와 법인세, 복잡한 규제와 행정 절차 등이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하고, 그 결과 산업 입지로서 독일의 경쟁력은 크게 하락했다. 이는 국내 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졌고, 기업들은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 역시 독일은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로 여기지 않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계속되었음에도 지난 20여 년간 독일 정치권이 실질적인 개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치권은 세계적 경제 호황에 안주하면서 미래를 위한 근본적 개혁 대신 단기적 이슈에만 매몰되어 시간을 허비했다. 이러한 정치적 무능과 책임의식의 결여는 현재의 독일 경제 위기의 주요 요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구조개혁 못하면 한국도 경쟁력 추락


독일 경제의 위기는 바로 한국의 문제와 닮아 있다. 독일이 직면한 경제 위기의 원인은 우리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디지털 경제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은 산업구조 개혁을 단행해야 하며, 첨단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정치권은 노동 개혁, 규제 개혁, 세제 개혁 등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의무가 있다.
#독일#경제#한국경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