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낮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북한이 도로를 폭파한 지점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북쪽으로 불과 수십 m 떨어진 곳으로 폭파 잔해물이 남측 지역에 떨어질 정도였다. 이에 우리 군은 MDL 남쪽으로 경고성 대응 사격을 했다고 합참은 밝혔다. 북한은 전날부터 도로에 가림막을 설치해 놓고 그 뒤에서 폭파 준비 작업을 벌여 왔다.
북한의 경의선·동해선 도로 폭파는 2020년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4년 만에 벌인 또 하나의 ‘폭파 쇼’로 기록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래 북한은 남북 연결도로 지역에 지뢰를 매설하는가 하면 비무장지대(DMZ)에 대전차 방벽을 설치하는 등 대남 단절 조치를 벌여 왔다. 이번에 그런 의지를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이던 두 도로를 폭파하는 장면까지 연출한 것이다.
북한은 특히 주민들의 대남 적대감 고취를 위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상태에서 이번 이벤트를 벌였다. 엿새 전 도로 폭파를 예고했던 북한군은 그 이틀 뒤 난데없이 한국 무인기의 평양 침투를 주장하며 ‘끔찍한 참변’을 위협했다. 이어 총참모부는 최전선 8개 포병여단에 ‘완전 사격 준비 태세’를 내렸고, 급기야 김정은까지 나서 강경 대응을 주도했다.
한편으로 북한은 대선을 20일 앞둔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도 숨기지 않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 담화를 통해 무인기 사건에 ‘미국 책임론’을 들먹이는가 하면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준비하는 동향을 노출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는 무인기 사건에 대한 북한 주장에 일방적으로 동조하는 논평을 내며 뒷배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간 한미 정보 당국이 경계해온 북-러 합작 ‘10월의 깜짝 도발’ 가능성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남북 간 초긴장 상태에서 우리 군은 단호하고 결연한 즉응 태세와 함께 비례 원칙에 따른 균형 잡힌 대응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대남 무력시위와 더 큰 도발 협박으로 남북 간 충돌을 유발하려는 모험주의 노림수에 말려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 의지 못지않게 무력 충돌로의 비화를 막는 위기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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