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이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서 국정을 지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불법 의혹에 대한 감사와 관련한 질의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러니까 편파적인 감사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 정부에서 이어지고 있는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논란에 감사원장이 기름을 끼얹은 셈이다.
이번 국감에서 쟁점이 된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는 ‘맹탕 감사’ ‘봐주기 감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의혹의 핵심은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 후원사 중 한 곳인 ‘21그램’이 관저 인테리어를 맡게 된 배경, 이 업체가 하도급을 준 18개 업체 중 15개가 무자격 업체였는데도 정부의 감독이 허술했던 경위 등이었다. 감사원이 9월 발표한 감사 결과에는 이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었고, 불법으로 의심되는 사안에 대한 수사 의뢰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최 원장은 “누가 (21그램을) 추천했는지는 이번 감사의 키포인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무속인이 관저 위치 선정에 개입했다는 설에 대해선 “왜 위법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여사를 조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김 여사가 언급이 안 됐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장이 용산을 변호해준 듯한 모습이다. 김 여사가 관여하지 않았다면 관련 면허도 없는 영세 업체가 국가 보안시설인 대통령 관저 공사를 수주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의혹은 감사 시작 전부터 제기됐는데, 감사원이 애당초 김 여사를 조사할 의지가 있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감사 시작 1년 9개월 만에 결과가 나온 이 사건처럼 감사원이 현 정부 관련 사안은 시간을 끄는 반면에 전 정부 사건은 몰아치듯이 진행하는 것도 불공정하다는 지적이 많다. 또 유병호 전 사무총장이 대통령실에 ‘직보’하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공개됐고, 감사원 예산으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책을 사서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일도 있었다. 이래서는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신뢰가 남아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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