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의사들이 가장 자주 건네는 말이 ‘운동하라’일 것이다. 이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동일하다. 또한 최근 많은 사람이 스스로 진단을 의심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서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치료의 핵심인 약물이 한계를 보일 때도 있고, 운동 자체가 ADHD의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운동은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되는 걸까? ADHD는 뇌의 전두엽 부위에서 도파민 시스템의 이상이 있어 충동 조절과 주의집중의 어려움이 생기는 질환이다. 그래서 약물 치료는 해당 부위에서 도파민의 작용을 증가시키는 기전인데, 운동 역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운동은 중뇌라는 뇌의 깊숙한 부위에서 도파민의 생성 자체를 촉진해 결과적으로 전두엽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의 양을 증가시킨다. 또한 운동은 뇌에서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라는 단백질의 분비를 촉진하고,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는 억제한다. 만성적 스트레스 상태에서 높게 유지되는 코르티솔 농도가 도파민 신경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는데, 운동은 이를 막고 BDNF를 통해 뇌를 회복시킨다.
그렇다면 운동 중에서도 어떤 종목이 크게 도움이 될까?
일단 유산소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 시 앞에서 말한 도파민과 BDNF 등의 분비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유산소 운동도 종류가 다양하다. 축구와 농구 같은 팀 스포츠도 있을 테고, 러닝과 사이클 같은 혼자 하는 운동도 있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ADHD와 운동 사이의 상관관계를 본 기존의 여러 논문을 메타 분석하여 운동 종류에 따른 효과 차이를 찾아봤다. 짧은 글에서 그 내용을 모두 설명할 수 없어 결론부터 전하자면 역시나 유산소 운동이 도움이 되었고, 그중에서도 ‘폐쇄 스킬 트레이닝’, 즉 정해진 환경에서 반복적인 동작을 수행하는 러닝, 수영, 사이클 같은 운동들이 ADHD 증상들을 경감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팀 스포츠나 구기 종목 같은 ‘오픈 스킬 트레이닝’보다 러닝과 수영 등에서 유산소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의 전환 능력을 자주 사용하는 오픈 스킬 트레이닝과 다르게 폐쇄 스킬 트레이닝에서는 주의 유지 능력이 더 요구된다. 다소 심심하고 답답할 수 있어 ADHD 환자분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ADHD의 핵심 문제가 공부든 업무든 한 가지를 꾸준히 못 하는 주의력 유지 기능이기에, 폐쇄 스킬 트레이닝을 통한 연습이 더 큰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추측된다. 또한 폐쇄 스킬 트레이닝에 비해 효과가 덜했다는 것이지, 오픈 스킬 트레이닝 자체도 분명히 효과가 있다.
야외 활동을 하기에 정말 좋은 계절이다. 주의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계속 앉아서 자책하기보다 나가 보는 것이 어떨까? 특별한 도구도, 다른 사람도 필요 없이 나 혼자만의 움직임으로도 뇌는 건강해지니 말이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6월 30일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23만6000명이다. 에세이 ‘어쩌다 정신과 의사’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 원장의 ‘아무운동이나 하지마세요! 집중력에 도움 되는 운동 vs 별로인 운동’(https://www.youtube.com/watch?v=sqizOw6rQ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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