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1-밥=?’ 용산 회동, 민심 직시 않고 잘못 풀면 더 꼬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0일 23시 27분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찬을 마친 뒤 웃고 있는 모습. 윤 대통령 뒤로 왼쪽에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오른쪽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서 있다.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담회 형식으로 열리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면담에 정 실장도 배석한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오늘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난다. 한 대표가 당초 요구했던 독대가 아니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배석해 정해진 의제 없이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2+1’ 면담 형식으로 진행된다. 한 대표가 앞서 공개적으로 제시한 김건희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과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 적극 협조 등 3대 요구사항에 윤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에 따라 그간 두 사람 간 갈등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독대가 아닌 면담, 식사가 없는 차담(茶談)이라는 형식에서 볼 수 있듯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불신의 골은 깊다. 한 대표 측은 ‘허심탄회한 대화로 오해를 풀려면 배석자 없는 독대가 필요하다’는데, 용산에선 ‘배석자가 있어야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막는다’며 받아쳤다. 이에 한 대표 측에선 당 대표 비서실장도 참여하는 4자 면담을 제안했으나 대통령실이 불편한 반응을 보여 3자 면담이 됐다고 한다. 친윤계에선 “신뢰 기반이 없는 독대는 하극상이 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판이다.

이런 불신 속에 이뤄지는 윤-한 대화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한 대표 측에선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명시적 조치가 나오지 않고 빈손 면담으로 끝나면 김건희 특검법의 통과 가능성은 커질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용산 측에선 그런 ‘협박성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하며 한 대표의 정치적 계산을 의심하고 있다. 그렇다고 제2부속실 설치 같은 해법이 이제 와서 통할지도 미지수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응답자의 67%는 김 여사의 공개 활동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고, 보수층의 63%와 여당 지지층 53%도 같은 의견이었다.

두 사람의 회동 결과는 오직 민심의 기준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의료공백의 장기화, 지지부진한 3대 개혁, 미국 대선 앞 안보 불안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곧 임기 반환점을 도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이미 고갈되고 있다. 무엇보다 김 여사 문제는 모든 국정 리더십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민심을 달랠 수 없고 그 어떤 국정 추진 동력도 생겨나기 힘들다. 윤 대통령도 한 대표도 오늘 제대로 문제를 풀지 않고선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절박감을 갖고 회동에 임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용산 회동#차담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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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4-10-21 02:43:07

    윤석렬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때 한동훈같은 인물이 있었다면, 결코 탄핵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순실의 농단을 지적하고 막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박근혜의 심기를 건들이지 않으려고 눈치보면서 입닫고 있다가, 결국 탄핵이라는 비극을 맞이한 것이었다.. 지금도 그때와 똑같다.. 김건희여사의 농단을 친윤일당놈들은 결사옹위한다.. 친박들의 행태와 다르지않다.. 하지만, 지금은 한동훈이 있다.. 문제는 윤이 그걸 수용하느냐이다. 윤석렬이 박대통령과 달리 현명한 선택과 결단을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 2024-10-21 00:57:09

    김건희 문제 해결못하면 특검으로 갈 수밖에 더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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