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지현]野, 동행명령장 전에 핵심 증거부터 내놔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1일 2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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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정치부 차장
김지현 정치부 차장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지금까지의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딱 그 꼴이다. 192석의 거야(巨野)는 증인 채택도 단독으로 강행하더니, 증인들이 국감장에 불출석하자 ‘동행명령장’ 발부도 단독으로 남발하고 있다.

국정감사 첫날(7일)부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 10여 명은 국감을 중지한 채 대통령 관저 공사 관련 특혜 의혹을 받는 ‘21그램’ 사무실을 찾아갔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 사무실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던 이들은 아무 소득 없이 “반드시 지구 끝까지 쫓아가 증인으로 세워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 뒤로 2주간 국감장마다 비슷한 장면이 되풀이되는 중이다. 21일까지 발부된 동행명령장만 16건. 1988년 동행명령제가 도입된 이래 지난해까지 총 94건, 연평균 2.6건씩 발부됐다는데, 올해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21일 오전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김건희-최은순 모녀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국민의힘은 “영부인을 망신 주려는 의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지만 수적 우위의 야당은 재석의원 17인 중 찬성 11인, 반대 6인으로 거뜬히 가결시켰다. 이날 오후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물론 동행명령은 국회증언감정법으로 보장된, 필요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집행돼야 하는 제도다. 다만 이번 국감 들어 실제 동행명령에 성공한 경우는 없었다. 국회 직원들은 10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 관계자인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찾아 경남 창원까지 내려갔지만 둘 다 자택에 없어 동행명령장을 전달하지 못했다. 15일엔 김 여사의 ‘황제 관람’ 관련 증인인 최재혁 대통령실 비서관이 입원 중이라는 병원으로 찾아갔지만 병실 호수를 확인하지 못해 역시 전달에 실패했다. 국감장에도 나타나지 않은 증인이 집에서 얌전하게 대기하고 있을 리 없지 않은가. 확실한 준비 없이 남발된 동행명령장으로 오히려 국회 스스로 자신들의 권위를 우습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애초에 야당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뒷받침할 확실한 물증을 손에 쥐고 있었더라면 증인 동행명령장에만 이토록 목매지 않았어도 될 일이다.

국감장 밖 이들의 입만 바라보는 국감 현장을 지켜보자니 “이번 국감을 윤석열 정권을 향한 ‘끝장 국감’으로 만들겠다”던 민주당의 선전포고도 무색하게 느껴진다.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한 국감장에선 매일 여야 의원들의 똑같은 정쟁성 발언만 고장난 테이프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그렇게 어느덧 국감이 후반전에 접어 들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남은 국감도 ‘끝장 국감’”이라며 “국감으로 미진한 부분은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통해 끝까지 밝혀내겠다”고 한다. ‘맹탕 국감’에 대한 출구 전략으로 또 다른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여당은 또 “정쟁이냐”고 벌써 반발하고 있다.

이 끝없는 도돌이표를 끊어내려면 이제 민주당은 수권 정당으로서의 제대로 된 역량을 보여야 한다. 명확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다면 다음 청문회와 국정조사도 결국 ‘망신 주기용’ ‘정쟁용’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정감사#동행명령장#김건희 여사#끝장 국감#맹탕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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