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 김건희 여사 문제 등에 대해 80여 분간 대화를 나눴지만 별다른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한 채 ‘빈손’ ‘맹탕’으로 끝났다. 정진석 비서실장이 배석한 3자 차담 형식의 회동에서 한 대표는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각종 의혹 설명과 해소 등 3대 요구 사항과 함께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윤 대통령은 사안별로 수용할 수 없는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0%대 초반 지지율이 말해주듯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은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고, 그 중심에 김 여사 문제가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교육, 연금, 노동 등 3대 개혁을 포함해 현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들이 동력을 얻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것도 김 여사 문제가 블랙홀처럼 국정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두 사람이 만나 김 여사 문제를 풀 의미 있는 해법을 내놓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번 회동이 단지 두 사람 간의 파워게임 차원이 아니라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감대 형성 자리가 됐어야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 할 말만 했을 뿐 국정 걸림돌 해소를 위한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한 대표는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 과감한 국정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개혁 추진 동력을 위해서라도 부담되는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구체적 발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자제하고 있다”거나 “확인된 잘못이 없지 않느냐” “구체적인 의혹이 없지 않느냐”란 취지였다고 한다.
정치 부재, 부실한 소통 등 국정은 겉돌고 김 여사와 관련된 듣기 민망한 얘기들이 쏟아지면서 이젠 지지자들조차 고개를 젓고 있다. 그런 성난 민심을 외면했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이나 이른바 ‘김 여사 라인’ 논란에 대해 “별 문제가 없다”는 대통령 인식은 황당하고 일반 국민 인식과도 크게 동떨어져 있다. 윤 대통령 임기가 곧 반환점을 돈다. 의료공백 장기화에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 특검 공방 등으로 국정은 수렁에서 헤매고 있는데도 지금 여권엔 아무런 절박감도 위기감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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