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소아마비의 날, 백신 지원 힘 모으자[기고/조완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3일 2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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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규 서울대 명예교수·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상임고문
조완규 서울대 명예교수·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상임고문
소아마비는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무서운 전염병으로, 한때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소아마비에 걸린 친구가 있었고, 그는 교실에서 놀림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오늘날 소아마비에 걸린 아이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백신 덕분이다. 백신은 수많은 생명을 구한 강력한 무기이며, 소아마비 퇴치의 주된 공신이다.

백신의 힘은 소아마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백신은 다양한 전염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며, 생명을 구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다. 그러나 아직도 백신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인해 접종률이 낮아지거나 백신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있다. 백신의 중요성을 알리고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이러한 백신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소아마비 퇴치에 앞장서 온 단체가 로타리다. 1985년, 국제로타리는 ‘폴리오플러스(PolioPlus)’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 게이츠재단 등과 함께 소아마비 퇴치를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GPEI)를 구성해 전 세계 4억 명 이상의 아동에게 소아마비 백신을 제공했다. 그 결과, 1988년에는 매년 35만 명 이상의 아이들이 소아마비로 인해 마비되었으나, 이제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단 2개국에서만 야생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

백신의 힘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백신은 콜레라, 말라리아, 장티푸스 등 수많은 전염병으로부터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백신은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패이다. 소아마비 퇴치 운동은 그 힘을 증명해 왔다. 백신이 없었다면, 지금도 수많은 아이가 마비되거나 사망에 이르고 있었을 것이다.

10월 24일 세계 소아마비의 날은 이러한 역사를 되돌아보고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다.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너스 소크 박사의 탄생일인 이날 전 세계 120만 명의 로타리 회원들은 소아마비 퇴치를 위해 마지막 한 걸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재확인한다. 이날의 의미는 소아마비뿐만 아니라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모든 질병에 적용된다.

나는 국제백신연구소(IVI) 한국유치위원장으로서 설립에 참여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IVI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을 위한 저렴한 백신 개발을 목적으로 한 유엔개발계획(UNDP)의 권유로 설립되었으며, 그동안 콜레라 백신과 같은 저비용 백신 개발에 성공해 많은 생명을 구했다. 특히 소아마비 퇴치 운동을 통해 백신의 중요성을 체감한 한국 로타리 회원들은 IVI와 협력하여 네팔 등지의 어린이들에게 콜레라 백신 접종에 필요한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백신이 단순한 약물이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중요한 도구임을 상기시킨다.

백신 접종은 우리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중요한 투자이다. 특히 소아마비와 같은 전염병의 완전한 퇴치는 전 세계적인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소아마비나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은 더 이상 일상적인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지만, 전 세계의 상황에 관심을 가질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세계가 한 번의 비행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금, 지구상의 어느 한 곳에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면 언제든 우리 곁으로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소아마비의 날을 맞아 모두가 백신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하고, 전 세계 어린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를 갈망한다.

#세계 소아마비의 날#백신#소아마비#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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