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빈손’ 차담 회동 후 다시 충돌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파국으로 끝난 윤-한 면담 이튿날인 22일 부산 범어사를 방문해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했다. 이에 한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11월 15일 첫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국민적 요구를 해소해야 한다며 대통령 부부 가족의 비위 감찰을 위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맞섰다.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는 말엔 김 여사 문제 등에 대한 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중단 등 한 대표의 3대 요구에 대해 “이미 자제하고 있다” 등 부정적 반응을 보인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문제가 블랙홀처럼 국정 이슈를 삼키는데도 이를 ‘왜곡된 여론’이라며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의 잇따른 불기소, 그 와중에 버젓이 공개 활동에 나선 김 여사 행보 등으로 인한 여론 악화 등이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찬성 60%로 이어졌는데도 윤 대통령은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에 7, 8명의 김 여사 라인이 존재한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이들이 공식 라인을 건너뛰고 김 여사에게 직보한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오래고 4·10총선 참패 직후 총리 후보 하마평을 흘리는 등 언론 플레이를 한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그런데도 이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에 “구체적으로 잘못한 게 뭔지를 써서 달라”는 반응을 보인 것도 일반 여론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신속히 임명하겠다고 했던 특별감찰관을 집권 2년 반이 다 돼도록 야당 핑계를 대며 임명하지 않는 것이나, 김 여사의 일정을 통제할 제2부속실 설치 의사를 밝혀 놓고 사무실 공간 등을 이유로 서두르지 않아 온 것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명태균 씨 같은 정치 기술자인지 사기꾼인지 알 수 없는 브로커와 김 여사가 연락을 주고받은 의혹 등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러니 대통령이 간다는 그 길은 어떤 길인지, 그 방향은 맞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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