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이 23일 “우리는 북한이 10월 초중반 최소 3000명의 군인을 러시아 동부로 이동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전쟁에 투입되면 (우크라이나군의) 정당한 표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군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며 미국 정부 차원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군 파병을 공식 확인한 것은 우리 국가정보원이 18일 북한군 특수부대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 정보를 공개한 지 닷새 만이다. 우리 정부가 국정원 발표를 두고 “미국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기타 우방국들과 함께 모으고 공유하며 만든 정보 결과”라고 했는데 그런 설명이 무색할 만큼 시간이 꽤 걸린 것이다. 나아가 한미 간 정보 평가에도 여전히 차이가 있다. 국정원은 보도자료에서 ‘러-우크라 전쟁 참전 확인’ ‘전장 파병 개시 확인’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군의 역할, 즉 전선에 배치될지는 아직 모른다며 신중한 태도다.
이런 한미 간 시간차, 온도차가 정보의 신뢰성 문제에서 비롯된 것 같지는 않다. 우리 정부가 동맹·우방 간 ‘정보 공유’를 강조했음에도 정보의 교환, 평가와 판단, 향후 조치까지 충분한 조율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먼저 공개하면서 빚어진 엇박자일 것이다. 북한의 남북 연결도로 폭파와 무인기 침투 주장에 맞서 대북 공세 차원에서 우리 측이 서둘러 발표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북한군이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다면 북한은 이 전쟁에 참전하는 첫 번째 제3국이 된다. 그에 따라 전쟁이 국제전으로 비화하면 미국 등 서방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그간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정보, 기술을 지원하면서도 확전을 막기 위해 병력 파견을 철저히 배제했다. 특히 미국 정부로선 11·5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의 급변을 바라지 않는다. 북-러가 노린 것도 바로 그 대목일 것이다.
무기 거래에 이은 병력 파견까지 북-러의 합작은 세계 안보 지형을 흔드는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국제사회에 심대한 고민을 던질 중대 사안을 두고 우리 정부의 대응도 더욱 치밀해야 한다. 그런데 당장 “좌시하지 않겠다”는 다짐 외에 북-러의 무모한 도발을 꺾을 구체적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그 전략 마련의 시작은 동맹 간 조율, 나아가 국제사회와의 연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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