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81분 회동’을 계기로 대통령실 내 ‘김건희 여사 라인’ 정리가 여권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한 대표는 회동에서 비서관·행정관급인 전현직 용산 참모 8명을 지목하며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누가 어떤 시기에 어떤 문제를 야기했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달라”며 거부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임박한 공공기관장 인사 문제도 언급했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각각 거론되고 있는 강훈 전 정책홍보비서관과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을 거론하며 이들의 임명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원년 참모인 강 전 비서관은 줄곧 김 여사 라인의 하나로 지목돼 왔고, 김 전 비서관은 대통령실 관저의 한남동 이전을 총괄했던 인물로 감사원으로부터 ‘비위 사실의 인사혁신처 통보’라는 징계성 조치를 받았지만 공항공사 사장 내정설이 돌고 있다.
김 여사 라인이라는 이들은 대체로 코바나컨텐츠와 인연을 맺었거나, 네거티브 대응이나 행사 업무를 맡으면서 김 여사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여사의 뜻을 앞세워 실권을 행사하기도 하고 김 여사와 직접 소통하며 본업 이외의 미션도 수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용산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이다. 최근엔 행정관 출신이 “용산에 십상시 몇 사람이 있다. 여사가 자기보다 어린 애들을 쥐었다 폈다 시켜 먹는다”고 말한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은 국정 지지율이 20%대 초반까지 주저앉는 데 큰 요인이 됐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은 내가 해야 할 일” “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은 정리한다. 정부 출범 초기 업무상 문제가 있던 100여 명을 잘라냈다”면서 김 여사 사람들 배제 요구에 불쾌해 했다고 한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만 내세울 뿐 여론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아닌가.
대통령과 여당 대표와의 만남에서 경제 회생책이나 일자리 창출 등 중요한 국정 현안이 아니라 대통령 배우자 문제가 집중 거론되고, 무슨 라인이니 하며 얼굴을 붉히는 상황 자체가 참담한 일이다. 정치권과 관가에선 8명의 실명이 거론될 때마다 냉소가 퍼져가고 있다. 인적 쇄신을 미룰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용산은 모르는 건지, 알고도 덮고 가려는 건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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