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은행, 보험, 증권사들은 회사별로 많게는 한 해 1000억 원이 넘는 수입을 챙기고 있다. 하지만 수익률은 연평균 2%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과 함께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대표적 사적연금 수익률이 이렇게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은퇴 후 우리 국민의 경제적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퇴직연금을 맡아서 관리·운용하는 16개 보험회사, 12개 은행, 14개 증권사 등 42개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총 수수료 수입은 1조4200억 원이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한국의 300인 이상 사업장의 사용자는 임직원 연간 급여의 8.33%를 외부 민간 금융회사에 맡겨야 하고, 금융회사는 이 자금을 운용해 얻은 수익을 근로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금융회사가 챙기는 수수료는 운용수익이 없거나 낮더라도 빠져나간다. 업권, 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적립금의 0.2∼0.4%대 수준이다. 이렇게 수수료를 떼어가면서도 연평균 퇴직연금 수익률은 작년까지 5년간 2.35%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기금의 안정성을 중시해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국민연금의 5년간 평균 수익률 7.11%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2005년 말 처음 도입된 퇴직연금은 올해 1분기 말 적립금이 385조7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아직 퇴직연금 가입률이 전체 대상 근로자의 53% 수준이고, 가입자 수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 2033년에는 940조 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1147조 원 규모인 국민연금에 버금가는 초대형 연금으로 성장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처럼 낮은 수익률이 계속된다면 노후 자금을 의무적으로 장기간 쌓아둬야 하는 가입자들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직장인들의 소중한 퇴직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들은 수익률에 비해 너무 높은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한국 노년층의 높은 빈곤율을 고려할 때 물가 상승률도 제대로 못 쫓아가는 퇴직연금의 쥐꼬리 수익률은 어떻게든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 안정성이 높지만 수익성은 떨어지는 투자 상품에 적립액 대부분이 묶여 있도록 만드는 자금운용상의 제약은 낮은 수익률의 원인 중 하나다. 정부는 관련 규제의 개선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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