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 부상이 25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그런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 규범에 부합하는 행동일 것”이라고 밝혔다. 파병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전쟁 시 상호 군사원조를 명시한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 4조를 언급하며 “이 조약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며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우크라이나 정보총국은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목격됐다고 밝히는 등 전선 투입 정황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파병을 시인한 것은 더는 잡아떼기 어려울 만큼 그 절차가 눈에 띄게 신속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러시아는 냉전시대 동맹의 부활로 평가되는 북-러 새 조약의 하원 비준이 마무리되면서 파병을 정당화할 근거도 확보했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이 8월 기습 공격을 통해 일부 점령한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전선에 북한군이 ‘침공받은 동맹에 대한 군사적 원조’ 차원에서 투입되는 것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북-러의 파병 속도전은 11·5 미국 대선 이후 안보 지형의 변화를 노린 도박, 즉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다걸기(올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사람과의 ‘브로맨스’를 자랑하는 트럼프는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장담해 왔다. 그의 해법이란 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을 압박하며 현 교전선(交戰線)을 기준으로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한군 참전이 그런 식의 종전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이제 미국 대선은 열흘도 채 남지 않았지만 판세는 여전히 초박빙 안갯속이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도 반반인데, 세계가 우려하는 ‘트럼프 리스크’를 김정은과 푸틴은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이웃 나라 주권을 유린한 침략전쟁에 무기 지원도 모자라 병력까지 ‘총알받이’로 보내는 김정은 정권의 비정함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그 대가는 언젠가 치를 것이다. 다만 우리로서는 당장 미 대선 이후 세계 정세의 격변 가능성에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동맹마저 발을 뺄지 모를 전쟁에 끌려들어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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